[학술신간]'갈릴레오와 킬러나무' 과학-문명사 다뤄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8시 55분


20세기 과학의 폭발은 연구자들의 실험실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신화와 전설 속에 가지를 치던 인간의 상상력이 과학의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타임머신은 과연 가능할까? 외계인은 있을까? 사라진 초(超)고(古)문명은 존재할까? 그래서 대중을 위한 과학 저널리즘이 생겨났고 ‘대중과학’이 별도의 장르로 등장했다.

문고판형으로 나온 두 권의 책. 두터운 하드커버의 학위논문을 말랑말랑한 술자리 화제로 바꾸어놓는 교양과학서다. 물리 화학 우주과학등의 일반과학 외에 고대 이래의 과학사와 문명사도 폭넓게 다뤘다.

이를테면 “프랑스혁명은 일본 때문에 일어났다”. 1783년 일본 중부 아사마 화산이 폭발했다. 화산 폭발로 대기에 유황 재가 분출돼 전지구적 기상이변이 일어났고, 특히 유럽에서는 추운 날씨가 몇 년간 지속돼 농사를 망쳤다. 기근에 시달리던 농민들의 불만은 혁명의 기폭제가 됐다는 것.

남태평양 이스터 섬의 석상은 외계인의 작품일까? 이 섬의 흥망은 인류의 장래를 경고하는 한 모델일지도 모른다. 1500여년전 인간이 격리된 고도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안락을 누릴 수 있었다. 문명이 발달해 권력이 발생했으며, 석상을 운반하고 카누를 만들기 위해 주민들은 숲을 마구 베어냈다.

자원이 파괴되자 인구가 감소했고, 마침내 서구인들이 섬을 발견했을 때 어마어마한 석상은 많았으나 찬란했던 문명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었다.

두 책이 다른 대중과학서와 다른 점은 ‘흥미를 유발시키는, 과학의 옷을 쓴 검증되지 않은 지식’에 대한 혐오다.

‘로스웰 사건’에서 논란을 일으킨 외계인 해부 필름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이 예언을 가장한 당대 사회 비판이었음을 조목조목 논증해내는 저자의 펜은 과학에 섣부른 신비주의가 끼어들 여지를 없앤다.

▼'갈릴레오와 킬러나무' ' 늑대인간과 외계생명체'/ 에이드리언 베리 지음/ 유진 옮김/ 하늘연못 ▼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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