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닥터의 건강학]눈질환/삼성서울병원 안병헌교수

  • 입력 2000년 5월 2일 19시 51분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안병헌교수(51)는 녹내장 수술을 하기 전, 환자가 이 다음에 다른 일로 눈수술을 받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한다. 만일 당뇨환자라면 나중에 망막질환으로 수술을 받아야할 경우를 생각한다. 녹내장과 수술부위가 일치하는 망막질환 수술에 대비해 메스를 댈 자리를 달리한다는 것.

“입장을 바꿔 내가 망막수술을 해야 할 의사라고 생각해보니….”

역지사지(易地思之). 안교수의 생활철학이다. 그는 수술날을 잡을 때도 환자의 사는 곳과 직업 교통편까지를 꼼꼼하게 배려한다.

10년전 안과학회 학술이사로 있을 때 안검(眼瞼) 첩모(睫毛) 등 한자 일색이던 안과 관련 의학용어를 눈꺼풀, 속눈썹같은 쉬운 말로 바꾼 것도 환자들의 편의를 고려해서였다.

안교수는 마음속에 항상 세 명의 스승을 모시고 산다.

스스로 나태해지고 원칙이 흐트러진다고 여겨질 때마다 약속 시간을 ‘칼’같이 지키고 상벌원칙에도 예외가 없었던 윤동호 전서울대교수(을지병원 제2의무원장)를 떠올린다. 시설과 장비가 부족해 연구의지가 꺾일 때는 안과의 개척자인 고 윤원식교수의 도전정신을 되새긴다.

환자를 대할 때면 미국 웨인주립대의대 크레스기안과연구소 연구원 시절 자신을 지도했던 신동호교수를 생각한다. 새로운 안약은 직접 자신의 눈에 넣어보고 눈이 따가운지 확인한 뒤에야 환자에게 사용했던 스승이었다.

1989년 안교수는 말기 녹내장 환자에게 시술하는 녹내장 임플란트의 국산화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그로부터 6년 뒤 수입이 자유화되기까지 녹내장 임플란트는 값도 비싼데다 구하기도 힘든 재료였던 까닭에 의료계에선 ‘개가’로 꼽았다. 큰 스승을 셋이나 모신 까닭일까. 정작 그는 “이보다 큰 업적을 남긴 의사들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손을 내저었다.

안교수는 하루 20번 이상 손을 씻는다. 손만큼 ‘세균 덩어리’가 없기 때문이다. 가족들에게 하는 유일한 잔소리도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만지지 말라”는 것이다. 밖에서 식사할 때도 종이 냅킨을 사용할 뿐 식당의 물수건을 쓰지 않는다. 불가피해서 쓰더라도 절대 얼굴은 닦지 않는다.

“결막염은 아데노 바이러스라는 병원균에 의해 감염되는데 환자가 쓰던 수건이나 세수대야, 버스나 지하철 손잡이를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습니다. 손발을 깨끗이하는 습관으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평생 최소 두 번은 눈 건강을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 안교수의 지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시력검사를 받고 40세가 되면 안암검사와 함께 망막검사 시신경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내장 녹내장 망막질환 등 ‘고위험 눈질환’의 발병이 대부분 이때부터 시작되기 때문. 특히 집안에 당뇨병 고혈압 환자가 있는 사람은 40세 이후부터 적어도 2년에 한번 안과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인다.

눈건강을 위해 또한가지 강조하는 점은 ‘며칠에 한번씩 한쪽 눈을 번갈아 가려보고 시력을 자가진단하라’는 것. 녹내장은 자각증상이 거의 없는 까닭에 수시로 체크를 해봐야 하기 때문. “어려서는 다쳐서 실명하는 비율이 높으므로 외상을 조심하고 책과 30㎝ 정도 거리를 두는 올바른 독서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중고생 때는 진로와 관련 색맹 색약 등의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잘못하면 시력을 잃게되는 대표적인 눈질환이 백내장과 녹내장이다. 백내장은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며 녹내장은 조기발견하면 실명을 막을 수 있다.

▽백내장(白內障)〓이름 그대로 눈속 수정체가 흐려져 침침하게 보이다 차츰 보이지 않게 되는 질병. 눈속으로 들어온 빛을 망막에 초점맺도록 하는 수정체의 단백질 변화가 원인이다. 눈속에 생기는 산화물이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 가장 인정받고 있는 학설.

백내장을 예방하는 안약이나 먹는 약이 눈속 산화물의 영향을 줄여준다고 하지만 아직 입증이 안된 상태.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맑은 인공수정체를 넣는다. 수술 후 시력은 인공수정체의 도수에 좌우된다. 대부분 먼 곳이 잘 보이고 가까운 곳을 보려면 돋보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녹내장(綠內障)〓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심하면 실명에 이르는 병. 높아진 안압이 시신경을 손상시키거나 시신경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한다.

40대 이상에서 50명중 한 명꼴로 발병. 특별한 예방법도 없고 시신경이 손상될 때까지 전혀 증상이 없으며 일단 손상된 시신경은 되살릴 수 없다.

갑자기 안압이 상승하는 급성녹내장은 눈이 몹시 아프고 두통이 심하며 토하기까지 한다. 24시간내 안압을 낮추지 않으면 실명할 수 있다. 50세 이후 여성과 원시에게 흔하다. 스테로이드 성분이 든 안약 남용으로 발병하는 일도 많으므로 인공누액 이외 안약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흡연이나 과음은 녹내장을 악화시킨다. 40세 이후 1,2년마다 정기적으로 안압검사 시신경검사를 받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

▼어떻게 뽑았나▼

눈질환의 베스트닥터로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안병헌교수가 뽑혔다.

세부 전공별로는 각막질환에 서울대 이진학교수, 백내장 녹내장 부문 연세대 홍영재교수, 망막 부문 서울대 정흠교수, 눈외상과 눈성형에는 고려대 이태수교수 등이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는 전국 14개 병원의 눈질환을 치료하는 안과교수 5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다.

그 밖에 △이재흥(서울대·망막) △김재호(가톨릭대 강남성모·백내장 근시교정) △김만수(〃·백내장 근시교정) △곽형우(경희대·망막 초자체) △차흥원(울산대 서울중앙·백내장 각막이식) △장봉린(서울대·사시) △김하경(한림대 강남성심·망막) △정해륜(고려대 안암·녹내장 백내장) △백남호(가톨릭 여의도성모·녹내장 백내장) △윤동호(을지대 을지병원·녹내장 백내장) △진용한(울산대 서울중앙·소아안과 사시) △임승정(연세대 신촌세브란스·백내장 각막) △이종복(〃·사시 소아안과) △신경환(중앙대·백내장 녹내장 안구건조증) △진경현(경희대·각막 결막 사시 약시) △한태원(가톨릭대 강남성모·근시교정)교수가 고른 추천을 받았다.

▼눈질환 부문 베스트 닥터▼

안병헌(울산대 삼성서울)-녹내장 백내장

이진학(서울대) 각막-백내장

홍영재(연세대 신촌세브란스) 녹내장 백내장

정흠(서울대) 망막 포도막

이태수(고려대 구로) 눈외상 눈성형

이하범(한림대 강동성심) 각막 근시교정

김윤덕(삼성서울)눈성형

조윤애(고려대 안암) 사시

주천기(가톨릭대 강남성모) 백내장 근시교정

권오웅(연세대 신촌세브란스)망낙 초자체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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