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나스닥 열풍과 '폰지 사기'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나중에 참여한 투자자의 돈을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수법으로 사업이 성공적인 것처럼 환상을 갖게 만드는 사기 수법을 ‘폰지 사기’라 일컫는다. 찰스 폰지란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는 ‘비이성적 열광’이라는 최근 저서에서 폰지 사기의 원리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그럴 듯하면서도 내용이 복잡해 쉽사리 평가하기 힘든 투자 건수를 생각해 낸다. 다음에는 다른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정도의 초기 투자를 유치한다. 이를 바탕으로 보다 큰 규모의 투자를 끌어들여 이를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높은 이익을 얹어 돌려준다. 이들은 쉽게 큰 돈을 벌었다고 소문을 내기 마련이다. 소문은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인다. 이쯤되면 누구나 그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믿게 된다.

최근 미국의 주식시장에서도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실러는 주장한다.

우수한 새 기술을 개발해 언젠가 큰 수익을 올릴 것이 예상되는 기업이 있다고 치자. 이 기업이 내는 수익은 당분간은 미미하다. 그러나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증거가 나타나면서 주가가 뛴다. 초기 투자자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더 많은 투자자가 몰려와 주가는 더욱 오른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이 기업의 장래에 비관적 전망은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실로 이것은 폰지 사기의 변형에 불과한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사기극에는 주인공인 ‘폰지’가 없다는 것일 뿐이다.

실러는 최근 몇 년간 주가가 치솟아온 주식시장은 ‘의도하지 않은 거대한 폰지 사기’라고 분석하면서 결국에는 매우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현명한 투자자는 ‘딴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돌아다닐 동안 우리는 그들에게 상품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레비 스트로스의 전략’을 따르고 있다.

닷컴회사들의 주가는 고평가돼 있을지 몰라도 이처럼 닷컴회사들에게 인터넷 장비를 파는 회사의 주가는 제대로 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스닥이 몇천 포인트 상승하는 동안 투자 시기를 놓친 투자자들이 나중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신없이 투자에 나서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떠오른다.

앞으로 80년 뒤 투자자들은 어원도 모른 채 주가의 폭발적인 상승을 뜻하는 말로 ‘베이조스화(化)’(아마존닷컴의 회장 제프 베이조스 이름에서 따온 말)나 ‘퀄컴화(化)’(미 퀄컴사에서 따온 단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까.

<정리〓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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