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집중진단/공연예술계 재정]중견배우 손병호경우

  • 입력 1999년 6월 28일 19시 42분


서울예대 출신의 13년차 연극배우 손병호(37).

그는 공연할 때마다 얼마를 받을지 잘 모른다. 소속 극단 공연일 경우는 폐막뒤 ‘일정액’을 주는 대로 받는다. 타극단 공연인 ‘블루 사이공’은 연습기간 포함, 꼬박 3개월을 투자했는데 200만원 받았다. “하긴 처음보다는 휠씬 낫죠. 94년에는 대학로에서 두달공연하는데 20만원 주더라구요, 하핫….”

그는 연극계 중진으로 출연작의 질과 양으로도 “잘 나간다”는 평가를 받는 배우다. 연출가 오태석이 이끄는 극단 목화 소속인 그는 연극 ‘태’ ‘도라지’ ‘천년의 수인’ 등을 비롯, ‘서울열목어’ ‘블루사이공’ 등에 출연했다. 96년 서울연극제에서 뮤지컬 ‘블루 사이공’으로 남자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그는 미혼이다. 장가밑천 마련이 여의치않기 때문이다.

2년전 60개월 할부로 소형차를 구입했는데 나름의 사연이 있다. “몇해전 용돈이나 벌려고 TV드라마에 범인 역으로 출연했는데 준비할 의상이 두보따리더군요. 지하철에 버스 타고 다니려니 불편해서 샀습니다.”

그는 요즘 아르바이트 삼아 사설학원에서 연극영화과 입시준비생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집을 나와 학원에서 숙식하기 때문에 레슨비 달라고 말도 못한다.

얼마전 처음 영화에 출연했다. 잠수함을 배경으로 한 영화 ‘유령’. 개런티는 400만원. “꽤 매력있더군요. 앞으로 결혼도 하려면 가끔씩은 영화에 출연해야겠어요. 하지만 연극에 방해안되는 아르바이트 수준일 겁니다.”

그는 계속 연극을 하겠단다. “돈을 벌겠다면 ‘광대노릇’할 수 없죠. 그저 좋은 작품에 서서 예술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사는 겁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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