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할수 없나요]안상수/주민증 세련되게

  • 입력 1998년 12월 29일 19시 30분


《주민등록증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다녀야 한다. 그런데 너무 볼품이 없다. 프랑스 파리에서 디자인대학에 파견교육중이던 프랑스국세청의 사무관을 만났는데 그의 학위연구 주제가 종합소득세 신고서 디자인이었다. 그는 1년 넘게 신고서의 글자크기 선의 굵기 재질 등을 연구했다. 이처럼 사람들이 가까이 접하는 것부터 아름다워야 국민의 미적 감각이 높아지고 디자인 인프라가 자연스레 구축된다. 새로 바뀔 주민등록증만큼은 전문가에게 맡겨 아름답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안상수(安尙秀·46·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우리나라에 주민증이 처음 선보인 것은 68년.

그해 1월21일 발생한 김신조씨등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침투사건이 계기가 됐다.

주민등록증 번호는 모두 13자리. 첫 6자리는 생년월일, 나머지 7자리 중 첫자리는 성별(1은 남자, 2는 여자)을 뜻한다. 이어지는 4자리는 출생지 번호. 나머지 끝에서 2번째 숫자는 주민등록번호 발급순서. 생년월일과 성별과 출생지가 모두 같은 사람은 앞의 11개 숫자가 모두 같으므로 12번째 숫자로 구별해준다. 맨끝 숫자는 위조를 막기 위한 비밀번호다. 최초의 주민증은 세로쓰기 형식. 75년 1차 경신때 가로쓰기로 바뀌었다. 지금의 주민증은 83년 한차례 더 경신된 것. 따라서 당시 발급된 주민증의 사진은 너무 오래돼 신분 확인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0년 3월말까지 주민증을 플라스틱 카드나 전자주민카드로 바꿀 계획.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21세기에 어울리는 세련된 주민증이 되어야 한다며 디자인 공모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특히 지적되는 부분은 주민증의 색깔. 우중충한 현 주민증의 색깔에서 과감히 탈피해 컬러사진에 어울리는 색감 좋은 디자인이 채택되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행정자치부 송귀근(宋貴根)주민과장은 “새 주민증은 안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최대한 아름답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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