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어제오늘]일산 주엽동/유서깊은 농촌마을

  • 입력 1997년 10월 14일 08시 29분


상전벽해(桑田碧海). 경기 고양 일산신도시 주엽동의 변화를 지켜본 이들이 내뱉는 말이다.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가을이면 누렇게 익은 벼이삭들이 황금색 물결을 이루던 이곳에는 그랜드백화점 태영프라자 등 대형상가와 수많은 고층아파트가 빽빽히 들어서 있다. 주엽(注葉)이라는 이름은 이 동네 문촌마을에 있는 골동산 꼭대기에서 본 마을모양이 잎사귀(葉)처럼 보이고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注) 개천이 있어 붙여졌다고 한다. 또 가을이면 울긋불긋 물든 나뭇잎들이 강물에 지천으로 떨어져 물과 함께 흘러다녀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說)도 있다. 조선조중기 시인 송강 정철(松江 鄭澈)선생은 「강물에 나뭇잎이 흐르니 예가 주엽인가 하노라」는 시조를 남기기도 했다. 주엽동은 고양시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 조선 중종때 나온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주엽리로 기록돼 있는 이곳은 황조향(荒調鄕)으로 불리기도 했다. 황조향은 지금의 호수공원 근처 한강변에서 나는 갈대를 이용해 밑불재료를 공급하던 특별행정구역의 명칭으로 이곳이 갈대산지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일산신도시로 개발되기 전까지 주엽동은 새말(新村) 오마(五馬) 문촌(文村) 강선(降仙) 상주(上注) 하주(下注) 등 6개의 자연촌락으로 구성돼 전주이씨 달성서씨 밀양박씨 해주오씨 등이 수십가구 단위로 모여살았다. 이중 강선 문촌마을은 신도시가 들어선 뒤에도 주엽1동과 2동의 마을이름으로 살아 남았지만 새말과 오마는 학교이름으로만 남고 상주 하주마을은 호수공원부지로 편입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은 호수공원에 있는 3백여년된 회화나무만이 주엽마을이 남긴 흔적을 더듬게 한다. 〈고양〓선대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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