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고국같은 스키천국 「무주」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여러분이 이 글을 읽을 때 쯤이면 나는 전북 무주리조트에 가 있을 것이다. 숨막히는 서울생활에서 벗어나 오스트리아 스타일의 주택과 상점이 줄지어 있는 거리를 걸으며 오랜만에 스모그가 없는 맑은 공기를 마실 것이다. 하지만 단지 숨을 쉬기 위해서 무주에 가는 것만은 아니다. 스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번 주말 무주에서 세계 최고의 프리스타일 스키선수들이 참여하는 스키대회가 열리는 것을 알고 있을 터다. 발에 스케이트를 신고 자라난 캐나다인으로서 나는 겨울스포츠를 정말 좋아한다. 내가 살던 캐나다의 오타와는 북부의 거대 삼림지역까지 뻗어나간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후6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옷을 갈아입고 스키를 타러 갔다. 눈으로 덮인 거리에서부터 숲근처까지 찬 저녁공기를 가르며 스키를 타는 기분이란…. 한시간 가량 스키를 즐기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몸과 마음을 신선한 공기로 다시 채우곤 했다. 그래서 나는 들뜬 마음으로 세계수준의 시설을 갖춘 무주리조트를 찾아간다. 캐나다인들은 스키를 몹시 좋아한다. 금요일 저녁이면 겨울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동부와 서부 캐나다의 산으로 향하는 도시민들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다. 그러나 스포츠에 대한 캐나다인의 생각은 한국인과 다른 것 같다. 캐나다인은 스포츠를 레저로 생각하고 스포츠에 대해 그리 경쟁적이지도 않다. 스포츠를 통해 얻어야 할 국내적 혹은 국제적 목표는 없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기뻐하기는 하지만 스포츠를 국가적 자부심의 문제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스포츠는 그것을 통해서 얻는 즐거움 때문에 연습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조차 대개 평생선수를 생각하지 않고 그들 시간의 일부분만 연습에 바친다. 정부도 운동선수들에 대해 제한적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 시설은 일반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스케이트와 아이스하키 링크, 실내외 수영장, 테니스 코트, 야구 축구장 등은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을 만큼 수도 많고 시설도 잘 돼 있다. 대부분은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캐나다는 진정 스포츠 애호가를 위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무주에서 여러분을 만난다면 스키와 눈과 산에 대해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다. 패트리스 쿠지노<캐나다대사관 2등서기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