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뷔시절]이성미, 라디오로 출발

  • 입력 2001년 1월 17일 19시 15분


원래 내 꿈은 개그맨이 아닌 성우였다. 특히 만화 영화 더빙을 하는 성우가 되고 싶었다. 내가 개그맨이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대학(서울예대 방송연예과) 1학년 때인 80년, 동기 동창이자 개그맨이 된 김은우가 당시 TBC 라디오에서 주최한 개그 콘테스트 1, 2차 예선을 통과한 후 마지막 3차에서는 상대역을 맡을 여자가 필요하다며 나에게 부탁을 해왔다. 그야말로 얼떨결에 나갔는데 대상을 탔다.

처음에는 라디오만 했다. 당시 동양라디오에서 밤 9시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노래하는 곳에>라는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언론 통폐합에 따라 TBC가 없어지고 KBS로 통합됐지만 이 프로그램은 KBS 라디오에서 계속 살아남았다.

81년 말 <젊음의 행진>으로 TV 출연을 시작했다. 당시 여자 코미디언으로는 최용순, 배연정, 김영하 선배 정도가 있었고 여자 개그맨으로는 내가 1세대인 셈이라 선배들이 모두 잘해줬다.

활동 중인 신인 개그맨 중에는 여자도 제법 있지만 눈에 확 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아쉽다. 요즘은 일반인들도 웬만하면 다들 웃기기 때문에 개그맨 노릇하기가 더 힘들다. 그만큼 많은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그맨이 되려는 젊은 후배들을 보면 솔직히 노력은 별로 하지 않고 부와 명예를 ‘거저 먹으려는’ 듯한 사람도 있어 걱정된다.

개그맨으로 장수하고 있는 비결을 묻는 후배들에게 나는 라디오 출연을 적극 권하고 싶다. 솔직히 TV에 비해 라디오는 별로 돈이 안돼 요즘 후배들은 꺼린다. 하지만 라디오 진행이 아닌 고정 게스트로라도 출연하다 보면 방송에 대한 순발력이나 애드립 등 많은 부분에서 훈련을 쌓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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