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읽기]M-TV 드라마 '허준', 의학소재 무난히 소화

  • 입력 1999년 12월 6일 19시 44분


지금까지 5회 방영된 MBC 40부작 창사기념 월화드라마 ‘허준’(밤9·55)은 그간 ‘종합병원’ ‘동의보감’ 등을 통해 MBC가 축적한 의학드라마 제작 노하우가 그리 헛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어떤 직업보다 치열하고 캐릭터들간의 갈등을 드러내기도 쉬운 의학드라마의 소재를 잘 살리고 있다는 말이다. 앞으로는 물지게꾼에서 약초꾼으로 ‘격상’된 허준의 본격적인 의술 수업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금까지 보면 캐스팅도 꽤 성공적이다. 주인공 허준 역의 전광렬은 굳건한 심지를 품고 각종 세파를 헤쳐나가는 인물로는 제격이다. 자신을 본격적으로 알린 MBC ‘종합병원’에서의 인텔리 이미지에 연초 SBS ‘청춘의 덫’에서 보여준 강한 집착력이 꽤 조화롭게 엮여진다. 허준에게 연정을 품게 될 의녀(醫女) 예진 역의 황수정은 얌전하면서도 신비롭기까지한 이미지로 오랜만에 자신의 스타일을 살리고 있다.

또 당대의 명의이면서도 고집불통의 성격인 유의태 역의 ‘대발이 아버지’ 이순재는 물론 허준 어머니 역의 정혜선도 표정연기를 뛰어나게 잘 하고 있다. 제작진이 드라마로서의 재미 외에 한의학 전문가를 초빙해 드라마 곳곳에 한의학적 지식까지 담아낼 수 있다고 한 자신감의 배경을 짐작케 하는 캐스팅이다.

하지만 이런 ‘허준’에도 한 두 가지 우려할 만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제작진의 지나친 욕심에 따른 ‘후유증’이 그것. 한 예로 허준이 이전 버전에 비해 가공할 무술의 소유자로 나온다. 물론 젊은 시청자를 위한 볼거리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 1급 무술감독 정두홍씨를 투입하면서까지 허준이 ‘선배’들과 벌인 1대 4의 격투신은 분명 필요 이상이었다. 이렇게 홍길동 류의 액션을 보여주는 허준의 입을 통해 전해질 ‘숭고한’ 의학 지식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

MBC는 이례적으로 ‘허준’에서 국장급 PD와 젊은 PD가 뭉쳐 경륜을 바탕으로 한 트렌디한 감각을 살리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조화를 이룬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여차하면 극적 전개가 애매모호한 화면을 만들 수도 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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