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사 기자의 메디 Talk Talk]한밤중 아이 열 오르면 가야 할 소아응급실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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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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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호흡 곤란땐 119 구급차로 빨리와야 조치

응급실 환자의 30%는 소아이지만 소아전문 응급실을 제대로 갖춘 병원은 많지 않다. 서울대병원 소아응급실에서 간호사가 소아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응급실 환자의 30%는 소아이지만 소아전문 응급실을 제대로 갖춘 병원은 많지 않다. 서울대병원 소아응급실에서 간호사가 소아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 밤에 아이가 열이 나거나 배가 아프면 응급실에 데려갈지 아니면 집에서 지켜봐야 할지 부모로서 참 고민된다. 큰 병원 응급실은 늘 초만원 상태다. 응급실 환자의 30%가 소아이지만 주변에는 변변한 소아응급실을 찾아볼 수 없다. 서울대병원 소아전문 응급의학과 곽영호 김도균 교수와 함께 소아응급실을 둘러싼 이모저모를 자세히 알아봤다. 》
▽이진한 기자=요즘 소아응급실에는 어떤 환자가 많이 오나요?

▽곽영호 교수=날씨가 추워지면서 호흡기 감염 환자 특히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장염 환자도 많습니다.

▽김도균 교수=가장 흔한 증세가 ‘열이 높아서’이고 다음이 배가 아파요, 토해요, 다쳤어요, 기침을 오랫동안 해요 순입니다. 어릴수록 열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복통과 두통 증세로 찾아옵니다.

▽이=밤에 응급실에 가는 것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힘든 일입니다. 반드시 소아응급실에 데리고 가야 되는 상황이 있나요?

▽곽=호흡곤란이 심하거나 특히 생후 2개월 미만의 어린이에게 38도 이상 열이 나면 응급실로 데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생후 2개월이 넘은 어린이에게 39도 이상의 고열이 생기거나 평소보다 상태가 나빠 보이면 데리고 오는 것이 좋습니다.

▽곽=아이의 증상에 대해 부모가 의사에게 설명할 때는 증상이 언제 생겼는지, 어떤 순서로 생겼는지를 알려줘야 합니다. 가령 배가 먼저 아프고 열이 났는지, 열이 나고 배가 아팠는지에 따라 의심 질환이 달라집니다. 열나고 배가 아프면 장염일 수 있고 배가 아프고 2, 3일 뒤에 열이 나면 충수돌기염(맹장염)이 터졌을 가능성이 있죠.

▽김=아이가 예방접종을 어떻게 했는지 알기 위해 예방접종수첩도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소아 환자라도 응급실에 올 때는 119구급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개는 택시나 자가용으로 오는데 도착시간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의식이 없거나 호흡곤란이 심하면 119를 불러야죠.

▽곽=아이가 다쳐서 올 때는 상황을 잘 설명할 사람(목격자)이 같이 오거나 연락처를 확보해야 합니다. 목격자가 없다면 의사는 아이의 상처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므로 진단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가령 침대에서 떨어져 다쳤다고 말해도 아동학대를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이=응급실에 근무하다 보면 이해를 못하는 보호자와 부딪치는 경우도 있죠?

▽곽=네. 열이 나거나 토하고 설사하는 아이라면 기본적인 치료를 하고 3, 4시간은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부모는 의사가 퇴원 결정을 안 하고 방치한다고 서운해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정맥주사를 놓기가 성인보다 어려운데, 부모가 옆에서 지켜보면 긴장이 돼서 다시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부모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아응급실은 대개 소아과 전문의가 근무하나요?

▽김=응급실의 수련의(인턴)가 소아 환자를 먼저 보는 병원이 많습니다. 인턴이 진찰한 뒤 전공의를 부릅니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응급의학과 전공의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환자를 담당합니다. 평일 밤과 주말이 되면 전문의 진료는 드물고 경험이 부족한 의사(전공의 1, 2년차)가 응급실을 책임집니다. 밤과 주말에는 전문의가 거의 없는 거죠. 문제는 소아 환자가 평일 오후 7시∼밤 12시와 토, 일요일에 가장 많이 찾아온다는 사실입니다. 소아응급의료의 사각지대라고 봐야 합니다.

▽이=부모는 되도록 그 시간대를 피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소아응급실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요?

곽영호 교수 서울대병원 소아전문 응급의학과
곽영호 교수 서울대병원 소아전문 응급의학과
▽곽=성인응급실과 소아응급실 출입문이 서로 분리돼야 이상적입니다. 또 의료진도 따로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이대목동병원 서울대병원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대부분은 성인응급실과 같이 사용하면서 응급실 안 한쪽에 칸막이만 있습니다. 아이가 성인 환자와 함께 있으면 공포나 충격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안 좋을 수 있습니다.

▽김=소아응급실에 대한 시설 및 장비 투자가 늘어야 합니다. 하지만 소아 관련 의료 수가가 낮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내시경 검사는 거의 하지 않으므로 병원 경영의 측면에서 투자를 꺼려합니다.

▽이=정부가 소아 전용 응급실을 제대로 갖춘 서울아산병원 이대목동병원 천안순천향병원 길병원과 의정부성모병원 명지병원 등 6곳을 소아응급전문센터로 지정해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압니다. 상황이 어떤가요?

▽곽=지역별로 중환자를 보는 센터라기보다는 야간 외래를 소아과 전문의가 봐주는 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소아 외상환자를 제대로 돌볼 의료진도 부족합니다. 소아응급전문센터를 소아 중환자나 응급시술이 필요한 환자를 보는 센터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김도균 교수 서울대병원 소아전문 응급의학과
김도균 교수 서울대병원 소아전문 응급의학과
▽김=부모는 아이가 아프면 가까운 응급실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런 면에서 모든 응급실은 소아 응급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집 근처 응급실에서 해결하기 힘들거나 상급 병원으로 옮겨야 할 아이를 책임지고 받아줄 지역 내 소아응급전문센터가 필요합니다.

▽이=아이들이 아프면 당장 데리고 갈 응급실이 필요한데 현실은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상황에선 제2의 경북대병원 응급실 소아 사망 사건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소외됐던 소아응급실 문제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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