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efore&After]누네안과 병원서 황반변성 치료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1분


눈앞이 뭉개져 보이는 증상, 주사치료로 3일 후 ‘또렷’

《건설업에 종사하는 최경주 (56·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는 2년 전 결재 서류를 보다가 가운데 부분의 글씨가 뭉개져 보이는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눈 노화 질환의 일종인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다.

황반변성은 눈을 감싸고 있는 막에 생성된 비정상적인 혈관이 터지면서 피가 망막으로 유입돼 시력이 떨어지는 병이다. 심할 경우 실명에 이른다. 황반변성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연령이 높을수록 걸리기 쉽다.

60대 이상에서 주로 생기는데 서구식 식생활, 장시간 햇빛 노출, 흡연 인구의 증가 등으로 발병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다.》

최 씨는 처음 병이 생겼을 때 약물과 레이저로 비정상 혈관을 없애는 치료를 받아 실명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사업은 물론 사회생활도 하기 힘들었다. 최근 최 씨는 황반변성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누네안과병원을 찾았다.

○ 일상생활 거의 불가능

노인실명 질환으로 대표적인 황반변성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 3만4000여 명에서 2003년 7만6000여 명으로 2.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어 환자가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한 경우가 많다. 최 씨도 마찬가지였다.

최 씨는 “언젠가부터 시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느꼈으나 나이가 들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으로 생각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직선이 물결치듯 사물이 굽어 보이고 중심부는 잘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색과 명암을 구별하는 능력도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유용성 누네안과병원 원장은 “시야의 왜곡이 생기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높낮이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계단 내려가기가 어려워서 뒤로 걸어 내려가기도 하고, 잔에 물을 넘치게 따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달력을 볼 때도 주변을 봐야 중심을 볼 수 있으며 운동이나 운전은 생각도 못한다. 가족이나 누군가의 도움이 받아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환자가 가장인 경우에는 사회생활이 곤란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최 씨는 두 자녀가 대학에 재학 중에 일을 그만두게 돼서 전업주부였던 아내가 가게를 시작하게 된 것이 가장 가슴 아팠다고 했다.

○ 루센티스 주사 3일 후 시력 개선

2년 전 최 씨가 치료받은 광역학 요법은 ‘비주다인’이란 약물을 정맥에 주사한 후 레이저를 이용해 출혈의 위험이 있는 비정상적인 혈관을 자극해 혈관을 파괴시키는 것. 이 치료는 시력 손상의 속도를 늦추거나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도울 수는 있지만 시력 회복은 힘들다.

이번에 최 씨는 루센티스 주사치료를 받았다. 이 치료는 2006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시술은 비교적 간단했다. 안약으로 눈을 마취시킨 후 루센티스를 공막(눈의 하얀 부분)에 주사했다. 한 눈에 5분 정도가 걸렸고 치료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최 씨는 치료 후 3일 정도 염증과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스테로이드 안약을 넣어주었다. 주사 당일은 눈앞에 뭔가 어른거리는 느낌이 들었으나 다음 날부터 시야의 왜곡 정도가 줄어들었다. 치료 3일 후부터 혼자 운전하고 신문도 볼 수 있게 됐다.

루센티스 주사는 1회 치료로는 끝나지 않는 것이 단점이다. 4주 간격으로 총 3회를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 적용이 안 돼 1회 주사가 150만 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유 원장은 “이 치료는 망막이 부어 시력이 현저히 떨어진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안압이 높은 경우에는 일시적인 안압 상승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기 안과검진으로 황반변성 검사

최근 누네안과병원이 황반변성 환자 244명을 대상으로 루센티스를 한 달 간격으로 총 3회 주사하고 6개월 후 경과를 관찰한 결과 94.3%가 시력을 유지해 실명의 위험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8.5%는 시력이 개선됐다. 시력 개선은 시력측정표에서 2줄 이상 더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 원장은 “50세 이후에는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통해 황반변성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 중 황반변성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4배 이상 위험도가 증가하므로 나이와 상관없이 6개월에 한 번씩 검진을 받아야 한다.

최 씨는 “시술 후 혼자 걷고 시계를 보고 운동을 하는 등 모든 일상생활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면서 “무엇보다 가족의 얼굴이 일그러져 보이지 않고, 회사 생활을 다시 하면서 가장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황반변성 예방? 금연!!!▼

황반변성은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잘못된 생활습관도 영향을 준다. 황반변성을 예방하는 올바른 생활습관을 알아보자.

황반변성 예방의 첫걸음은 금연이다. 흡연 시 이산화탄소가 유입돼 망막 조직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하는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황반변성 위험도가 4배 이상 높고 간접흡연만으로도 위험도가 2배 이상 증가한다.

항산화제가 부족한 사람도 황반변성 위험을 2배 이상 높인다. 항산화제는 망막세포에 해가 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그 생성을 최소화시켜 주므로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대표적인 항산화제로는 비타민C, 비타민E, 베타카로틴, 라이코펜 등이 있다. 신맛이 나는 과일, 녹황색 채소, 견과류, 등푸른생선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녹황색 채소는 백내장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크다.

외출할 때에는 노란색 계열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노란색 렌즈는 황반변성을 야기하거나 악화시키는 태양의 파란색 광선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자외선 역시 망막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세포를 손상시키므로 선글라스를 구입할 때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족 중에 황반변성 환자가 있거나 한쪽 눈에 황반변성이 있으면 6개월에 1회 안과검진을 받아야 한다. 황반변성은 유전적 요인이 크고, 한쪽 눈에 황반변성이 있는 환자의 45%는 5년 내 다른 쪽 눈까지 발병한다.

50세 이후에는 연 1회 검진을 받고,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등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검진 횟수를 늘리도록 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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