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efore&After]‘글루패스트’로 초기 당뇨 치료

  • 입력 2007년 11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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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는 환자 수로 보면 ‘국민 병’이랄 수 있다. 국민 100명 중 8명꼴로 당뇨병을 앓고 있다. 매우 흔한 질병이어서 누구나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당분은 인체 조직에 골고루 전달돼 몸의 에너지원으로 쓰여야 한다. 당분이 피 속에 과하게 남아 있을 경우 피가 끈적끈적해진다. 끈적한 피가 미세혈관을 막게 되면 실명하거나 발을 절단해야 될 정도로 악화된다. 또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등이 일어나 숨지게 될 우려가 있다.

특히 식사 후 급격하게 오르는 혈당이 혈관에 입히는 손상은 매우 크다. 하지만 이런 심각성을 알지 못한 채 공복 시 혈당 수치가 정상범위로 돌아오면 식후 고혈당이 있어도 관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심은자(49) 씨가 그랬다. 심 씨는 지난해 5월 당뇨 진단을 받은 뒤 약을 먹고 공복 시 혈당 수치만 관리하다 자칫 증세를 심각하게 키울 뻔했다. 그는 “아버지가 당뇨로 돌아가셨는데도 불구하고 얕잡아 봤던 게 화근”이라며 “당뇨 전문병원에서 식후 고혈당을 잡는 약 ‘글루패스트’를 처방받아 현재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피곤하고 물을 자꾸 마시고 싶으면 당뇨 의심해야

심 씨는 외국인노동자 후원단체의 회장으로, 학원 원장으로 일하며 독거노인 봉사도 하는 등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친정아버지 때문에 평소 당뇨에 걸릴까 불안해하던 심 씨는 지난해 6월 물을 자꾸 마시고 싶고 피곤해져 사회활동에 지장이 생기자 즉시 동네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았다. 몸이 피곤해지면서 밥을 많이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며 소변을 자주 보면 당뇨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단 결과 공복 시 혈당 수치가 150mg/dL로 나왔다. 126mg/dL 이상이면 당뇨병이다. 병원에서 인슐린분비촉진제(설포닐 유리아 계열)를 처방받아 복용하자 공복 시 혈당 수치가 정상범위로 돌아왔다. 심 씨는 너무 간단하게 혈당 수치가 정상화되자 안심했다. 약을 먹으면 나른해질 때가 많아지자 그는 ‘이제 약을 그만 먹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약을 불규칙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이제 다 나았다’는 심 씨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올 3월 무료급식 봉사 활동을 하던 중 자원봉사 나온 의료진에게 식후 혈당을 재 본 결과 무려 250mg/dL나 됐다. 식후 2시간이 지나면 정상인은 혈당이 200mg/dL 미만이어야 한다. 그는 당뇨전문병원인 장내과(www.drjang.net)를 찾았다.



○ 식전, 식후 혈당 잡는 약을 따로 처방받아

이 병원 장경순 원장은 심 씨를 진찰한 뒤 “식후 고혈당은 통상 특별한 증상이 없어 공복 시 혈당이 정상이면 환자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가 갑자기 합병증을 겪게 된다”고 경고했다.

심 씨는 약을 인슐린분비촉진제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혈당을 떨어뜨리는 약(메트포민 계열)으로 바꿨다. 새로 처방받은 약은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대신 간에서 당을 생산하는 것을 억제하고 인슐린이 당과 결합되는 친화도를 높여 보다 안전하게 당 수치를 조절한다.

하지만 이 약으로도 공복 시 혈당만 정상화할 수 있었다. 식후 혈당은 210mg/dL로 여전히 높은 상태였다. 심 씨는 추가로 글루패스트를 처방받았다. 이 약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식후 혈당을 관리할 수 있는 약으로 작용기간이 짧고 식사 직전에 먹을 수 있어 편리하다.

장 원장은 “어떤 약이든 원하는 작용을 한 뒤 몸에서는 빨리 사라지는 게 가장 좋은데 글루패스트가 그런 종류의 약”이라며 “심 씨처럼 당뇨 초기 단계인 환자에게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심 씨는 이 약을 복용한 뒤 식후 혈당도 160∼180mg/dL로 정상화됐다. 그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운동을 하고 식사량을 조절해 공복 시 혈당을 조절하는 약은 복용하지 않게 됐다.

○ 즐겁게 식사조절 해야

당뇨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면서도 잘 못하는 일이 식사조절이다. 재료별 칼로리 양을 일일이 외우기 힘들어 처음부터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당뇨 전문가들은 ‘상식선에서 먹으라’고 조언한다.

장 원장은 “허리띠가 빵빵하다 싶을 정도로만 식사하고 약과 운동으로 관리하면 괜찮다”며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도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 3번만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혈당 분비가 촉진된다. 피치 못하게 고칼로리 음식을 먹더라도 즐겁게 먹고 그만큼 운동이나 약으로 조절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좋다.

가톨릭의대 성가병원 내분비내과 강성구 교수는 “환자나 가족이 막연히 생활습관을 바꾸려다 보면 질려서 포기하기 쉬운 게 당뇨 관리”라며 “왜 살을 빼고, 술을 줄이고, 운동을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교육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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