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아지는 수면]노인 불면증과 노화

  • 입력 2008년 8월 18일 02시 55분


70세 할머니가 불면증으로 수면클리닉을 방문했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깊게 잠이 들지 않아 자주 깨는 증세가 있었다. 수면제는 오랫동안 먹었지만 약을 끊고 잠을 자기 위해서 내원했다.

할머니는 잠들고 3, 4시간이 지나면 깨게 되고 다시 잠들기 힘들다는 것이다. 코골이는 심하지 않았지만 자는 중 숨이 막히는 느낌, 자고 난 후의 두통, 낮 동안 피로감이 있었다. 수면다원검사를 해봤더니 코골이는 심하지 않았지만 중간 이상의 수면무호흡이 있었고 이 때문에 자주 깨는 일이 생겼다.

나이가 들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늘어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노인의 30%가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 노인에게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늘어나는 것은 노화로 기도 주위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지고 조직 탄성이 떨어져 수면 중 기도를 좁게 만들기 때문이다.

수면 중 호흡이 힘들어지면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잠에서 깨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연속적이고 깊은 잠을 자기가 어렵다.

특히 노인들은 수면무호흡이 심한 경우가 많다.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수면무호흡은 고혈압, 당뇨, 뇌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낮 동안 졸음과 기억력 저하를 가져온다. 수면무호흡증이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잠들기 힘든 증상과 자다가 자주 깨는 증상은 전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일 수 있다. 잠들기 힘든 불면증은 잘못된 수면습관, 불안, 우울, 신체적 통증, 하지불안증후군 때문일 수 있다. 반면 자다가 깨는 불면증은 수면무호흡증, 주기성사지운동증, 렘수면행동장애 등 다양한 수면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

노인이 되면서 잠이 없어지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노화로 생기는 여러 가지 질환의 영향이다. 건강한 노인은 6시간 이상 충분한 잠을 잔다.

노인 불면증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은 수면무호흡 등과 같은 기존 질환을 더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불면증이 있는 노인은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낮잠을 자지 않으며, 카페인을 멀리해야 한다. 노인이 되면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그렇게 되면 수면 중 멜라토닌 분비가 떨어져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낮에는 햇빛을 쐬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편 노화과정에서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등 여러 가지 수면장애가 동반될 수 있으므로 자다가 자주 깨는 불면증상이 있다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신홍범 의학박사·국제수면전문의 www.komok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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