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 병역비리를 바라보는 콩팥 전문가의 얘기다. 의학적으로 볼 때 사구체신염에 걸린 환자가 전문적인 운동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
사구체신염은 가장 흔한 콩팥질환이다. 콩팥은 혈액에 쌓인 독을 몸 밖으로 배설하는 장기. 사구체는 콩팥의 ‘핵’으로, 수분과 노폐물을 거르는 역할을 한다. 사구체를 거쳐 소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콩팥 한 쪽에 100만개씩, 모두 200만개의 사구체가 있다.
사구체신염은 바로 이 사구체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보통 신장염이라고도 부른다. 간혹 소변이 모이는 부위인 ‘신우’에 염증이 생기는 ‘신우신염’도 신장염이라고 부르는데 전혀 다른 병이다.
사구체신염은 세균과는 상관이 없으며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그래서 10, 20대 등 젊은층에서 많이 생긴다. 반면 신우신염은 세균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사구체신염에 걸려도 별 다른 증상은 없다. 그러나 소변 검사를 하면 단백질이 섞인 ‘단백뇨’나 피가 섞인 ‘혈뇨’가 검출된다. 병의 정도가 심하면 온 몸이 붓거나 혈압이 높아진다.
이 병에 걸려도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급성 환자 중 70∼80%는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면 완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운동은 당분간 삼가야 한다.
병을 방치할 경우 밖으로 나가지 못한 독소가 혈관으로 들어가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나중에 만성신부전 등 중증 질환으로 발전해 투석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군 면제 사유가 되는 것도 바로 이런 가능성 때문이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 병의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소변이 뿌옇거나 거품이 많을 때, 또는 색깔이 빨갛거나 갈색일 때는 병원을 찾아 사구체신염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그런데 병역 면제를 받은 이들은 왜 하필 사구체신염을 택했을까. 환자가 최근 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의사들은 “조작이 매우 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변에 ‘알부민’을 슬쩍 집어넣으면 ‘단백뇨’가 된다. 피 한 방울만 짜 넣어도 ‘혈뇨’가 된다. 물론 진단 과정에서 누군가의 은밀한 도움이 있어야겠지만….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김순배 교수, 삼성서울병원 신장내과 김윤구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