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y?]전자파 막아주는 ‘흑색 가전’

  • 입력 2005년 11월 2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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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급스러운 은색이나 금색 케이스를 사용한 TV 및 오디오기기 같은 전자제품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하지만 실제 제품을 보면 검은색이 대부분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모든 가전제품이 검은색이었다. 먼지나 때가 덜 타 보이거나 디자인적 관점에서 무난한 색이어서일까. 사실 검은색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이유는 전자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전자파가 있는데 이들이 전자제품 속에 있는 전선에 들어오면 오동작을 유발한다. 비행기에서 전자제품의 사용을 억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래서 전자제품의 케이스에는 불필요한 전자파가 못 들오게 막는 전자파 차폐 기능이 요구된다.

전자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전자가 많아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를 쓰면 된다. 도체의 자유전자가 전자파를 막는 것.

철판이나 알루미늄판 같은 금속판이 바로 이런 도체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값이 비싸고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반면 플라스틱은 가볍고 여러 모양으로 성형하기 쉬울 뿐 아니라 가격도 매우 싸다. 하지만 보통 플라스틱은 도체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플라스틱에 전기가 통하는 흑연가루를 섞어 만드는 방법이다. 플라스틱의 장점을 살리고 흑연으로 전자파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흑연이 검은색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케이스 역시 검은색을 띨 수밖에 없다.

요즘 주변에 많이 보이는 은색 금색 전자제품은 전자파 차폐를 위해 케이스 안쪽에 전기가 통할 수 있는 전도성 페인트를 발랐다. 하지만 페인트와 공정 비용 문제로 인해 사용이 제한적이다.

일부 휴대전화에는 진주가 들어간 우윳빛 케이스가 쓰인다. 이 케이스는 은단처럼 플라스틱 구슬에 은을 얇게 입힌 것으로 은이 도체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 휴대전화 외에는 쓰이지 않는다.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는 기능을 우선 따지지만 가격과 무게도 고려해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색상은 물론 재질감이 중요시되고 있다. 이 모두를 만족시킬 재료를 개발하기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홍국선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kshongss@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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