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窓]유사종교 예방약은 사랑

  • 입력 2003년 5월 25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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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살린다며 시신을 보관한 D성도회의 엽기적 행태로 인한 충격의 여진(餘震)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D성도회의 신도들은 “부활이 얼마 안 남았는데…”라며 검찰과 경찰을 원망하고 있지만 검찰은 처음 시신이 발견된 4명 이외에 20여명이 ‘생명수 치료’를 받은 실마리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유사 종교에 빠지는지, 그래서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허황하게 믿는 것일까. 유사 종교는 특정한 유형의 사람이 잘 빠지지만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이 몰입하기도 한다. 우선 인격 형성이 미숙해 ‘정신분열병형 인격장애’라는 병을 갖고 있는 사람이 종교에 잘 빠진다.

이런 환자는 교과서적, 과학적, 합리적인 것보다는 이상한 믿음이나 주술을 좋아한다. 이들은 신체에 이상을 느끼면 이상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뻔한 치료법이 있는데도 황당한 민간요법에 집착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런 사실은 정신의학자들이 정신분열병 환자의 가계(家係)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다.

반면 사이비 종교 교주는 자기 밖에 모르는 ‘자기애적 인격장애’나 남을 극도로 의심하고 괴팍한 행동을 보이는 ‘편집성 인격장애’, 남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고 툭하면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환자 등에게서 많다.

정신의학자들은 유사 종교 신도의 절반이 정신분열병형 인격장애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비교적 멀쩡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나머지 절반의 대부분은 거듭된 실패로 삶의 좌절을 경험했거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 교수는 “사이비 종교는 이들을 꾀어내는데 있어 전형적 사기꾼 전략을 쓰므로 일반인이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처음에는 따뜻한 손길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삶의 패배자에게 정신적 도움을 줘서 환심을 사고 차츰 종교에 간여하게 하며 나중에는 협박과 보상 등으로 빠져 나갈 수 없도록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특히 사회가 불안정하고 주술적 전통이 강한 사회일수록 유사 종교가 뿌리내리기 쉽다고 설명한다.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유사 종교에 빠지면 온 가족이 피해를 본다. 그러나 취직이나 사업 등에서 실패해 힘들 때 가족의 위로와 사랑을 받는 사람은 유사 종교의 마수에 빠지지 않는다. 또 어릴 적 부모와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평온하게 성장한 사람도 유사 종교를 물리칠 수 있다.

결국 근본은 가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유사 종교의 성행도 사랑이라는 영양분이 부족해 생기는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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