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窓]"사스치료 비법 알려드립니다?"

  • 입력 2003년 5월 11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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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와 물을 3 대 7이나 4 대 6으로 타서 마시면 사스의 대표적인 증세인 열을 내리는 등 치료할 수 있다.”

최근 필자에게 e메일이나 전화로 연락해 오는 민간요법 중 하나이다. 또 비타민을 많이 먹으면 면역력이 강화돼 사스를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의 e메일도 간간이 눈에 띈다.

문제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오직 면역력 증가나 열만 내리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식으로 광고를 하는 것이다.

만성신부전, 당뇨 등과 같이 면역력이 감소된 만성질환자가 사스에 걸리면 치명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도 사스 바이러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한꺼번에 많은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병에 걸릴 수 있다. 실제로 홍콩과 동남아시아의 여러 사례를 보면 20∼40대의 건강한 의사와 간호사들도 이 병에 걸려 사망했다.

최근엔 통상 성인보다 면역력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10대 미만의 어린이가 성인보다 사스에 더 큰 저항력이 있는 것으로 의학전문지 란셋에 보고된 바 있다.

이런 사례들은 단순히 면역력 문제로 사스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또 사스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려면 사스에 걸린 환자들이 실제로 이들 식품이나 의약품을 먹어서 나았다는 시험적인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 쏟아지는 각종 민간요법은 그런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홍콩 등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사스 치료제는 3가지. 이 중 두 가지는 ‘리바비린’과 ‘오세탈미비르(상품명 타미플루)’라는 항바이러스제제다. 이는 기존에 감기나 독감바이러스로 잘 알려진 RS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에 대한 치료제다. 나머지 하나는 염증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제제’이다. 그러나 아직 어느 것도 사스 치료에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 확인된 바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일반적인 사스 치료 방법은 환자에게 증세에 따라 열을 떨어뜨리는 해열제와 탈수 방지를 위해 수액제제를 주고 호흡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산소를 공급해주는 것이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사스 바이러스의 경우 인체에 면역이 생기더라도 이제는 변형된 종류가 나타나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킬수도 있다는것이다. 둘째는 이럴 경우 또 각종 민간요법들이 활개 치면서 무지한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고로 무지보다 더 큰 질환은 없다. 질병의 실체가 알려지지 않을수록 의학의 힘, 과학의 힘을 믿어주는 인내심이 필요할 듯싶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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