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환의 줄기세포이야기]뼈 잘부러지는 아이…

  • 입력 2002년 4월 7일 17시 33분


간혹 아기가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졌는데 하나도 다치지 않고 멀쩡했다는 기적 같은 얘기를 들을 때가 있다. 그래서 아기가 높은 데서 떨어질 때는 천사가 아이를 다치지않게 받쳐주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아기의 뼈가 어른의 뼈보다 물렁하고 탄력성이 더 좋은 것은 한창 걸음마를 배우고, 잘 넘어지는 시기의 아기들에게는 너무나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아기들이 누릴 수 있는, 천사가 받쳐주는 이러한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으니 바로 ‘불완전골형성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다.

이 병은 뼈의 탄력성을 받쳐주는 콜라겐을 생산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발생한다. 이 환자들은 뼈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그나마 만들어진 뼈가 푸석푸석하여 자주 부러지며, 생후 1년이 지나면 아예 기형인 상태로 성장이 멈추게 된다.

1998년의 한 동물실험은 속수무책인 이 병에 대한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즉 뼈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줄기세포가 풍부한 골수기질세포를 이식하면, 새로운 뼈가 만들어져 증세가 호전된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 미국 세인트 주드 병원의 에드윈 호로비츠 박사는 이 병을 앓고 있는 3명의 환자를 만났다. 13개월밖에 안 된 이 아기들은 그 사이에 자그마치 20∼37회에 걸쳐 골절을 경험했다. 장정들도 견디기 힘든 골절, 그것도 수 십 군데가 부서지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으로 축복 속에 시작해야 할 젖먹이의 삶이 처참히 일그러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연구팀은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이 아기들에게 골수를 이식하기로 결정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뒤, 이 아기들의 골조직 검사를 해본 연구진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즉 이전의 어설픈 골조직이 속이 차서 빽빽해지고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아기들의 뼈가 재생되었던 것이었다.

그토록 잦던 골절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자신을 얻은 연구팀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하여 3년간 관찰한 결과 역시 이들의 뼈는 옛날과 달리 좀처럼 부서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치료 받지 않은 아이들의 뼈가 1년 동안 0.5㎝ 자란데 반해 치료 받은 아이들은 무려 6㎝나 자란 것을 발견했다.

동물에서 이루어진 연구 결과가 사람에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준엄한 검증과 당위성이 있어야겠지만 이처럼 불가피한 선택의 경우도 있다.

고통받는 이들이 활짝 웃는 모습을 얼른 보고 싶은 의사로서의 본능 때문이라고나 할까.

가톨릭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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