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환의 줄기세포이야기]되살아난 간세포

  • 입력 2002년 1월 27일 17시 26분


술독에 빠진 한국, 독주 소비량 세계 1위….

한국인의 왕성한 ‘주(酒)님 모시기’가 예사롭지 않을 정도라 간에 대한 걱정도 그만큼 크다.많은 사람이 효과가 불확실한 각종 간장약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일부는 살아 있는 곰에게 빨대를 꽂아 담즙을 마시기까지 한다. 이 또한 ‘주(酒)님을 모시다 혹사된’ 간을 위한 예사롭지 않은 정성이다.

간경변증이나 독성간염 등은 본래 잘 낫지 않고 진행성인 경우가 많다. 말기에 가서는 남에게서 간이식까지 받아야 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새롭게 밝혀진 성체(成體) 줄기세포의 놀라운 치유능력은 이러한 간 질환자에게도 서광을 비추고 있다.

그것은 간장(肝臟)세포도 줄기세포에 의해 재생될 수 있다는 미국 스템셀연구소 에릭 라가세 박사팀의 연구소식이다.

이들은 간 대사장애로 인해 단백질 대사 중 발생하는 독성물질이 쌓여 NTBC라는 치료제 없이는 생명을 위협받는 ‘타이로신 혈증’이 있는 실험쥐를 통해 이를 증명하였다.

연구팀은 한 그룹은 정상 쥐의 골수(骨髓)세포(줄기세포의 한 종류)를 ‘유전자 꼬리표’로 표시한 뒤 이들 병든 쥐에 이식했고 또 한 그룹은 그대로 둔 채로 3주 뒤 치료제를 끊어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골수세포도 이식하지 않고 약을 끊은 쥐들은 간독성으로 모두 사망하였다.

그러나 골수세포를 이식 받았던 쥐들은 약을 끊은 뒤에도 절반가량이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7개월이 지나도록 멀쩡한 이들 쥐의 간 기능 검사를 해본 결과 모든 검사수치가 정상에 가까왔다. 곧 해부를 하여 이들의 간을 조사한 연구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들 간의 수백 군데에서 재생되고 있는 정상 간세포덩이들이었다. 바로 이들 정상 간세포가 독성물질을 해독한 것이었다.

이들 정상 간세포덩이들에는 모두 유전자 꼬리표가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처음 골수세포를 이식할 때 붙여놓았던 바로 그 꼬리표와 같은 것이었다. 즉, 믿기지 않지만, 각종 혈액세포를 만들어야 할 골수세포가 위기에 처해 신음하고 있는 간으로 찾아가 간세포로 분화한 것이었다.

이 같은 골수세포에 의한 간의 재생은 곧 인간에서도 증명됐다.

즉 골수이식을 받은 환자의 간을 조사해 보면 골수를 제공한 사람의 것으로 확인된 골수세포가 간세포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찾아든 줄기세포에 의한 간의 재생 소식은 아직 임상적으로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간 재생을 위한 의미 있는 서곡(序曲)인 것만은 분명하다.

가톨릭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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