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동아]내달부터 ‘상복부 초음파’ 건보 적용… 환자 부담 확 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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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부담 2만∼7만원으로 줄어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보험 적용… 대한방사선사협회선 강력 반발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상복부 초음파 건강보험 전면 적용 고시 개정안’ 에 의사가 직접 초음파를 한 경우에만 허용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에 대해 방사선사들이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동아일보DB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상복부 초음파 건강보험 전면 적용 고시 개정안’ 에 의사가 직접 초음파를 한 경우에만 허용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에 대해 방사선사들이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동아일보DB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후속 조치로 다음 달부터 상복부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전면 확대하는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급여 확대로 B형·C형 간염, 담낭질환 등 상복부 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평균 6만∼20만 원에서 2만∼7만 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이 같은 복지부 행정 예고안은 기존 상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던 방사선사가 시행할 경우에는 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방사선사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상복부 초음파 급여 적용

기존에는 간·담낭·담도·비장·췌장의 이상 소견을 확인하는 상복부 초음파 검사의 경우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 의심자와 확진자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상복부 초음파는 상복부 질환이 의심될 경우 검사하는 일반 초음파와 간경변증, 간암, 간이식 등 중증환자 상태를 검사하는 정밀초음파로 나뉜다. 일반초음파는 의사의 판단하에 상복부 질환자나 의심 증상이 발생해 검사가 필요한 경우 보험이 적용된다.

정밀초음파는 만성간염, 간경변증 등 중증질환자에 한해 보험이 적용된다. 새로운 증상이 있거나 증상 변화가 없더라도 경과 관찰이 필요한 고위험군 환자는 추가 검사에 대해서도 보험이 적용된다. 단순한 이상 확인이나 처치 시술에 보조되는 초음파는 본인부담률 80%가 적용된다.

정부는 그동안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 의심자와 확진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했었다. 이번 급여 확대로 B형·C형 간염이나 담낭질환 등 상복부 질환자까지 급여 혜택이 돌아간다. 하지만 개정안은 상복부 초음파를 의사가 직접 실시하는 경우에만 보험 적용을 하고 수가를 산정할 수 있게 했다.

의사, 건강보험 적용 환영

상복부 초음파 급여 확대 고시안에 대해 의사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초음파 검사는 환자의 신체 부위를 직접 검사하면서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질병을 실시간 진단하는 검사이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초음파 검사는 방사선사가 획득한 영상을 가지고 판독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 X-레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달리 검사와 동시에 판독이 이뤄진다”며 “검사시간이 지난 후에는 정확한 판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4년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는 ‘초음파진단기를 이용한 초음파 검사는 환자를 직접 진단하고 환자의 병력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의사가 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방사선사, 의사만 급여 수가 철회 시위

방사선사들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방사선사도 기존처럼 초음파 검사를 하고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주장했다.

대한방사선사협회는 원래 해왔던 대로 의사의 지도·감독하에 방사선사가 검사해도 되는 상황인데도 보건복지부가 막아섰다며 반발하고 있다. 방사선사협회는 이 같은 개정안이 4월부터 그대로 시행될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우완희 대한방사선사협회장은 “의사의 초음파 검사만 급여 적용을 받을 경우 기존 상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던 방사선사는 생계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합법적으로 해오던 방사선사의 초음파 검사 업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협회는 13일 복지부를 방문해 복지부 개정안 발표에 항의한 바 있다. 복지부가 방사선사에게 초음파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요양급여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방사선사협회 측은 “초음파 진단검사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사와 방사선사만이 초음파 진단검사를 수행할 수 있게 명시돼 있다”면서 “2003년부터 임상초음파사(복부) 등 전문방사선사 제도를 도입해 방사선사 스스로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 대만 등 인근 국가는 방사선사가 초음파 진단검사 업무를 수행하고 요양급여를 산정하고 있다.

대한방사선사협회는 “방사선사가 초음파 검사를 단독으로 수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현행법령대로 초음파 검사 전문가로서 의사의 지도 하에 검사를 수행하겠다는 것”이라며 “복지부의 이번 결정이 직역 간의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 “방사선사, 진단 결과에 책임질 수 있나”

대한초음파의학회는 방사선사들의 이 같은 주장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방사선사들의 요구는 국민건강을 무시하고 불법의료행위를 양성화시켜 달라는 요구”라며 “의사가 직접 환자의 신체 부위를 검사하면서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실시간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 초음파 검사”라고 강조했다.

의사가 검사 도중 질병을 발견하지 못하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다. 초음파 검사를 할 때 검사 부위를 여러 방향과 각도로 보면서 이상 소견이 있는지 확인하고 검사자가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촬영해 검사 부위 중 극히 일부만이 영상 기록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검사 도중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나중에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다. 특히 상복부 초음파 검사는 간, 담도, 담낭, 췌장, 비장 등 다양한 장기를 동시에 검사하는 행위로 그 해부학적 구조물의 이해 정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 이러한 장기들에서 주로 발생하는 병들은 간암, 담도암, 담낭암, 췌장암 등 5년 생존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악성 암도 많아 오진될 경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학회의 입장이다.

오주형 대한영상의학회 회장은 “법령에 명시된 방사선사의 업무는 ‘진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초음파 기기 설정 등 의사의 행위를 보조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의사의 진단에는 책임이 따른다”며 “급여화는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으며 검사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진단 책임을 지지 않는 방사선사의 급여화 주장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암검진에 포함돼 있는 간암검진을 위한 간초음파 검사는 이미 법률로 ‘반드시 의사가 실시하고 반드시 실시한 의사가 판독해야 함’이라고 규정돼 있다.

한편 복지부는 상복부 초음파 보험 적용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초음파 검사에 대해 보험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하복부 초음파 검사도 보험을 적용한다.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 복지부는 방사선사들의 상복부 초음파 검사 보험 급여를 법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료기사법에 정한 방사선사의 업무 범위는 기기의 설정이나 점검 등 초음파 기기 관리에 관한 사항으로 실제 진단을 위해 영상을 보는 것까지 방사선사의 업무로 위임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사선사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리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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