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헬스케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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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의공학연구소 박사
김영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의공학연구소 박사
4차 산업혁명의 광풍이 거세다. 매일같이 언론 매체와 정부 시책 발표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관련 전문가들은 이렇게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을 떠드는 세태에 거부감이 많다. 억지스러운 정부 정책을 쫓아 몰려다니는 것을 우려하며 소위 ‘사짜 산업혁명’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필자가 최근에 출판한 프로그래밍 관련 교재의 표지에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는 문구가 민망하게도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출판사 관계자에게 그 문구를 제발 빼 달라고 하였더니 마케팅 차원에서 절대 안 된다고 한다.

이렇게 용어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IT 기술을 의료 분야에 적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 분야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3차원 프린팅, 가상·증강현실, 사물 인터넷, 로봇 등의 IT 기술을 융합하는 것이다.

의료 분야는 보수적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IT 기술과 결합해 초지능성, 초연결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빅데이터 기반의 기계학습 인공지능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딥러닝(심층강화학습)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기 시작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의료다. 암 진단, 폐 영상 분석, 심장 질환 예측 등과 같이 의료에서의 중요 활동인 진단, 치료, 예후 분석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외에도 3차원 프린팅과 가상·증강현실 등 3차원 영상 기술도 의료에 활발하게 응용되고 있다. 현재의 수술 로봇 분야에서도 신경외과나 안과, 심장외과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마이크로 미세 수술 로봇이나 실시간 환부 추적 기능이 추가된 방사선 치료 로봇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최근, 핀란드는 국민 기업 노키아의 몰락 뒤 디지털 헬스케어에 주목하여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으며 의료 복지와 연계함으로써 50억 유로 규모(약 7조원)로 신시장을 개척했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지난 7월 디지털 헬스케어 제도 정비와 전문가 양성 등의 내용을 담은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계획’을 발표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규제 완화에 나섰다. 일본은 수술 전 모의 수술에 대한 효과를 인정해 보험수가가 책정될 정도로 정책적 지원을 적극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 정부에서 최근 발표한 신산업·신기술 분야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개혁, ‘규제 샌드박스(영국의 핀테크 육성 정책과 같이 규제를 완화하고 문제가 있으면 사후 규제하는 방식)’ 정책은 환영하는 바이며, 디지털 헬스 분야에 우선적으로 적극 적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개인 식별 정보가 암호화된 환자 정보의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다 기관 협력을 허용하고, 고난이도 고위험 수술에 대한 3D 가상 시뮬레이션 혹은 3D 프린팅 기반 수술의 의료수가 반영을 제안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술력과 선진 의료 시스템 및 의료진을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야말로 기존 선진국 및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맞설 수 있는 차세대 IT 시대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에 연연하지 말고 선제적 규제 완화, 입증된 신기술의 조속한 의료수가 반영, 적극적 관련 산업 육성 정책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묘안을 함께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김영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의공학연구소 박사
#4차 산업혁명#디지털 헬스케어#암 진단#폐 영상 분석#심장 질환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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