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밀레니엄 뉴라이프]노동의 변화/재택근무 보편화

  • 입력 1999년 11월 11일 19시 51분


아프리카 콩고 자택에서 컴퓨터 화상전화와 고속 팩스를 갖춘 채 미국의 첨단기업을 위해 일한다. 이것이 미래 직장인의 전형적 모습이 될 수 있다고 미래학자들은 전망한다.

앨빈 토플러가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재택근무를 예측한 것은 80년. 그 후 재택근무자는 급속히 늘었다. 97년 미국에서는 재택근무자가 전체 노동자의 10%를 차지했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 직장은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잃게 된다. 넓은 사무실은 비효율의 상징이 된다. ‘직장〓일터’‘가정〓휴식처’라는 틀이 깨지고 ‘러시아워’도 고어(古語)가 된다.

재택근무와 기업의 세계화가 확산되면 같은 직종의 임금수준이 세계적으로 비슷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선진국 기업들이 아시아 등 임금이 낮은 지역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경향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단일통화의 출현은 지역간 임금비교를 용이하게 만든다. 이런 변화가 임금의 국경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생활비가 낮은 후진국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고급인력과 단순노동자의 임금 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제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과학자 기술자 컴퓨터프로그래머 등 고급 전문직은 늘어나고 단순 노동직은 컴퓨터 등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는 전문직과 수요가 줄어드는 단순직의 급여 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지식이 중요해지면 평생교육이 생존의 필수요건이 될 것이라고 미국 일간지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지적했다. 미국 노동부의 미래직업백서는 교육산업을 미국의 3대 유망산업으로 꼽았다. 영국의 미래재단은 40대 이후의 노동자들이 대학에서 재교육을 받고 새로운 직업을 갖는 일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변화들은 노동자의 개체화를 재촉해 직장내 인간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노동연구원 이병훈(李秉熏)박사는 직장내 상하 피라미드 관계는 약해지고 기업은 개인의 특성을 살리는 팀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의 위상도 약화되리라는 전망이 많다. 연봉제 전문직 노동자의 이익을 노조가 효율적으로 대변하기는 어렵다. 노조는 임금투쟁보다 재교육을 요구하는 ‘교육투쟁’에 더 몰두할 공산이 크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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