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 아동 위한 ‘자라나는 신발’… 미래를 꿈꿔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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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은 ‘임팩트 저널리즘 데이’]세계언론이 전한 기발한 아이디어들

미하일 실럅니코프 씨가 자신이 발행한 가상화폐 콜리온으로 결제할 수 있는 자판기 앞에 서 있다. 미하일 실럅니코프 씨 제공
미하일 실럅니코프 씨가 자신이 발행한 가상화폐 콜리온으로 결제할 수 있는 자판기 앞에 서 있다. 미하일 실럅니코프 씨 제공
러시아에는 일반적인 가상화폐 채굴기로는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가상화폐가 있다. 이 가상화폐를 채굴하려면 컴퓨터를 가동시키는 대신 삽을 손에 쥐고 돼지 농장을 청소해야 한다. 모스크바 남동쪽으로 약 125km 떨어진 작은 농촌 마을 콜리오노보에 사는 농부 미하일 실럅니코프 씨(54)가 직접 발행한 가상화폐 콜리온(KLN) 이야기다.

올해 ‘임팩트 저널리즘 데이’에 참여한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세상을 바꾸는 기발한 아이디어 사례로 가상화폐 콜리온이 어떻게 콜리오노보의 삶을 바꿀 수 있었는지를 조명했다.

스스로를 ‘나이 든 무정부주의자’라고 지칭하는 실럅니코프 씨가 콜리오노보에 이사 온 것은 2007년. 사업가였던 그는 수술이 불가능한 암 진단을 받고 농사를 지으며 여생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농사일이 쉽지 않았다. 특히 돈이 문제가 됐다. 농사를 짓기 위해선 봄에 돈이 필요했는데, 농산물 판매 수익은 가을에 얻을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돈을 빌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은행은 12%대의 고율 이자를 요구했고, 정부 대출은 문턱이 너무 높아 대부분 대형 농장 지주들에게 돌아갔다.

“2014년 어느 날, 이웃과 술을 마시면서 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한탄했어요. 그러다가 우리는 술 취한 채로 인쇄소에 전화해서 새로운 화폐를 찍어줄 수 있냐고 물어봤죠.”

화가 난 실럅니코프 씨는 직접 새로운 지역화폐 콜리온을 발행하기로 결심했다. 1콜리온의 가격을 감자 10kg의 가격으로 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듬해 콜리온 유통을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스스로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꺾이지 않았다. 그가 눈을 돌린 곳은 한창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가상화폐 시장이었다. 2016년 가상화폐공개(ICO)를 추진해 80만 루블(약 1400만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들에겐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보내줬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2017년 4월 가상화폐 콜리온을 발행했다. 올해 6월 14일 기준 콜리온의 시가총액은 약 7억4800만 원으로 1콜리온의 가격은 약 1068원에 형성돼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처럼 컴퓨터로 채굴할 수는 없고, 농장에서 노동을 해야 얻을 수 있다.

가상화폐가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콜리오노보 지역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실럅니코프 씨는 콜리온으로 주변 농장주들과 거래했다. 농장 일을 돕는 사람에게 콜리온으로 임금을 지불하고, 콜리온으로 결제할 경우 할인 혜택도 줬다. 실럅니코프 씨는 급격한 가격 변동성으로부터 콜리온을 보호하기 위해 보험을 도입하는 등의 보완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케냐 어린이들이 기부받은 ‘자라나는 신발’을 신어보고 있다. 사진 출처 비코즈 인터내셔널
케냐 어린이들이 기부받은 ‘자라나는 신발’을 신어보고 있다. 사진 출처 비코즈 인터내셔널
프랑스 어린이신문 몽코티디앵은 빈곤국 아이들을 위한 신발을 만드는 미국 기업 ‘자라나는 신발(The Shoe That Grows)’을 혁신 사례로 소개했다. 창업자인 켄턴 리 씨(34)는 10년 전 케냐의 보육원에서 일하던 시절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 소녀가 길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신고 있던 신발이 너무 작아 앞코가 다 뜯어져 발가락이 다 보일 정도였다. 그는 “아이들의 자라나는 발에 맞게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신발이 있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고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

6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리 씨는 압축 고무밑창에 인조가죽 끈이 달린 샌들을 개발했다. 끈을 조절할 수 있어 발 사이즈가 커져도 신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샌들 한 켤레의 가격은 12유로(약 1만5240원). 4∼8세 아이용과 8∼12세 아이용 등 두 모델이 있다. 기부자들 덕분에 97개국에 14만 켤레가 지원됐다.

빈곤국 어린이들에게 신발의 중요성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리 씨는 “맨발로 걸어 다니거나 맞지 않는 신발을 신으면 아이들이 다치기 쉽다”며 “놀랍게도 아이들은 멋진 신발을 신을 때 더욱 자신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간단한 행동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유력 일간 라나시온은 2015년부터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산마르틴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요가를 가르치는 봉사단체 모크샤를 소개했다. 봉사자 20명이 250여 명의 재소자를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 2시간 요가 수업을 하며 내면의 평화를 찾고 인생에 책임감을 갖는 법을 가르친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산마르틴 교도소 재소자들이 마당에 모여 요가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페르난도 마소르브리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산마르틴 교도소 재소자들이 마당에 모여 요가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페르난도 마소르브리오
맨발로 교도소 마당에 모인 재소자들은 요가 수행을 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찾는다. 이 교도소에 8년째 수감 중인 루카스 롤단 씨(33)는 “요가를 하는 2시간 동안 모든 문제를 잊고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요가를 통해 인생에 또 다른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수감자 가브리엘 라미레스 씨(24)는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을 씻어내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며 사회에 돌아가면 요가 강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임팩트 저널리즘 데이#콜리온#자라나는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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