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를 닮았네 ‘펄 라인’ 속으로, 기린이 눈 맞추네 일본 속 사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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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여행 전문기자의 ‘아름다운 동행’]

▲ 아마쿠사의 여러 섬을 관통하는 해안경관도로 ‘펄 라인’(국도 57호선)을 달리는 도중 지나는 마쓰시마 섬의 아리아케 해 바다풍광. 료칸 ‘덴구노후네’ 근방이다.
▲ 아마쿠사의 여러 섬을 관통하는 해안경관도로 ‘펄 라인’(국도 57호선)을 달리는 도중 지나는 마쓰시마 섬의 아리아케 해 바다풍광. 료칸 ‘덴구노후네’ 근방이다.
여행에선 목적지보다 동행이 더 중요하다.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갈 곳도, 여행스타일도 달라진다. ‘아름다운 동행’은 동행별 최적의 여행지를 제안하는 시리즈다. 오늘의 동행은 어린 자녀. 온 가족이 산큐패스(SunQ Pass·사흘간 북규슈 지역의 모든 버스를 무제한 탈 수 있는 승차권)로 일본 규슈의 바다와 산을 찾는 여름휴가 일정이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버스여행. 만만치 않아 보일 것이다. 말도 통하지 않는 데다 초행길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여행의 동선은 항공편과 숙소가 예약되면 자연스레 정해진다. 현지에서 할 일은 시간 맞춰 버스타기뿐. 그걸 산큐패스 운영사에선 ‘규슈타비(www.kyushutabi.net)’라는 한글정보사이트를 통해 돕는다.

일본의 버스운행은 철도만큼 완벽하다. 편리함과 친절함은 철도를 능가할 정도고. 준비만 잘하면 버스로 차질 없이 여러 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버스센터(터미널)의 안내판은 아주 상세하다. 영어도 어느 정도는 소통된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미국인 여행자도 내게 ‘별 문제 없다’고 했다. 그는 혼자 산큐패스로 여행 중이었다.

규슈타비엔 온갖 질의응답이 올라 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궁금증이 풀린다. 더 구체적인 것은 운영자에게 문의하면 된다. 친절하게 알려준다. 여행은 ‘점(點)’이 아니라 ‘선(線)’이다. 찾아가는 과정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그러니 올여름엔 아이들과 함께 규슈로 버스여행을 떠나보자. 평생 잊지 못할 추억과 놀라운 성취감을 선사할 것이다.

굳이 규슈를 권하는 이유? 가깝고 저렴해서다. 규슈 세 곳(후쿠오카, 사가, 오이타 공항)을 운항하는 T웨이 항공을 보자. 항공권(편도)이 4만5000원(이벤트 가격)부터다. 20일 오전 9시 현재 8월 11일 인천을 출발해 17일 귀국하는 일가족(부부+10세 미만 자녀 둘)의 오이타 왕복 항공권은 47만2000원(공항이용료 11만2000원 포함)이었다.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게 산큐패스라는 편리하고 저렴한 승차권이다. 북규슈 3일권(6000엔)이 인터넷쇼핑몰에선 6만1000원(5% 할인가·모두투어)이다.

올 4월 구마모토 지진 이후 규슈의 한국관광객은 30% 정도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1주 전 직접 찾아가 봤다. 지진피해는 구마모토 성 아래의 신사가 무너진 성벽 돌에 파괴된 게 가장 심각한 것이고, 나머지는 지붕의 기와가 떨어져 내린 정도. 진앙 마을도 가봤으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구마모토 지역은 일상을 완전히 회복했다. 일본에서 지진은 일상이다.

아리아케 해의 진주 아마쿠사를 찾아

후쿠오카 시내 텐진 버스센터. 구마모토행 버스가 출발했다. 내가 찾을 곳은 구마모토 현 서쪽 바다에 올망졸망 모인 120개 섬을 아우르는 아마쿠사 제도(諸島). 거기서도 아름다운 풍치로 이름난 마쓰모토 섬이다. 나는 료칸 ‘덴구노후네(天空の船)’에서 묵은 뒤 돌고래관찰 투어를 할 계획이었다.

섬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탄 곳은 구마모토 시내 버스센터. 아마쿠사의 큰 섬은 ‘아마쿠사 고교(五橋)’라 불리는 다섯 개 다리로 연결돼 연륙도가 됐다. 마쓰모토는 여러 섬들의 가운데에 있다.

산악지형의 마쓰모토 섬은 주변 풍치가 빼어났다. 점점이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은 우리의 다도해를 연상시켰다. 주말이면 현지인 방문객으로 붐빈다. 그들은 오야노, 마쓰시마 등 아마쿠사의 큰 섬을 잇는 다섯 개의 다리를 포함한 경관도로 ‘펄 라인(Pearl Line)’의 해안드라이브를 즐긴다.

가서 보니 료칸은 마쓰모토 섬에서도 경치가 가장 멋진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이름 ‘덴구노후네’는 ‘하늘을 나는 배’쯤으로 풀이할 수 있다. 건물 자체가 이름 그대로 배 모양이다. 섬 앞의 아리아케(有明) 해를 주유하는 크루즈 여행의 느낌을 주려는 의도다. 16개의 객실 앞에는 섬들을 잇는 다리와 주변 섬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걸 숙박객들은 널찍한 테라스에 만들어놓은 로텐부로에서 노천욕을 즐기며 감상할 수 있다.

1박 2식 료칸 숙박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저녁식사. 통상은 가이세키(會席)라는 일본정식을 내지만 여기선 달랐다. 와규(일본 쇠고기)와 아마쿠사 특산 해물(보라주머니가리비 등), 야채로 조리한 품격 높은 이탈리아요리 등 열 가지 코스로 냈다. 그런데 식사 장소가 마쓰시마 주변의 섬과 바다 풍광을 통유리를 통해 32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레스토랑이어서 더욱 훌륭했다. 그래서 예약이 쉽지 않다고 한다.

주변 바다엔 돌고래 무리가 산다. 그러니 돌고래관찰 보트투어(옆 섬 시모지마의 이쓰와에서 출발)가 인기를 끌 수밖에. 이웃한 오야노 섬엔 천연온천수를 활용한 ‘스파 탈라소’가 있다. 근방의 미쓰미 서항(1888년 완공)은 2015년 유네스코 인류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유산’ 중 하나. 네덜란드인이 설계한 이 고적한 항구엔 곳곳에 19세기 개화기 일본의 모습이 남아 있다.

어린이를 위한 벳푸의 자연공원

▲ 아프리카대륙의 사바나 초원을 연상시키는 구릉의 넓은 초지에서 방사 중인 야생동물을 마치 사파리하듯 정글버스로 돌아볼 수 있는 오이타 현의 아프리칸사파리. 벳푸 근처에 있다. 아프리칸사파리 제공
▲ 아프리카대륙의 사바나 초원을 연상시키는 구릉의 넓은 초지에서 방사 중인 야생동물을 마치 사파리하듯 정글버스로 돌아볼 수 있는 오이타 현의 아프리칸사파리. 벳푸 근처에 있다. 아프리칸사파리 제공
규슈여행에서 어린 자녀들이 좋아할 만한 곳으로는 아프리칸 사파리가 있다. 벳푸 시내에서 버스로 46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곳에 가면 마치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아프리카대륙의 사바나(해발 1000m 이상 고지대에 펼쳐진 초원)에 온 듯한 느낌이다. 화산섬 규슈를 아우르는 넓은 구릉의 초원에 자리 잡고 있어서다. 이름 그대로 이곳은 사자 치타 곰 코끼리 기린 등 동물들을 사파리차량으로 관찰할 수 있는 동물원이다. 에버랜드의 사파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규모나 환경은 비교를 거부한다. 초원이 워낙 넓어 동물들이 야생 상태로 지내는 것처럼 보여서다.

이곳도 정글버스를 운행한다. 승객들은 철망을 친 버스 안에서 먹이를 골라 주며 여러 동물들과 만난다. 역시 최고 인기는 사자 무리이고, 코끼리와 기린, 곰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도그 살롱’도 인기다. 다양한 종류의 강아지 수십 마리를 두고 방문객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한 곳. 식당과 기념품 상점도 있어 반나절 정도는 온 가족이 즐겁게 보낼 수 있다.

시내에서 10분 거리의 다카사미야마 자연동물원도 아이들과의 나들이 코스로 좋다. 이곳은 일본원숭이를 자연 상태로 관찰할 수 있는 곳. 세 무리(1300마리)의 원숭이들이 매일 교대로 산 아래 공원으로 내려와 사람들과 만난다. 길 건너 벳푸 만 해안엔 수족관 ‘우미타마고’가 있다. 국내에선 볼 수 없는 바다코끼리와 바다사자, 바다표범이 쇼를 펼친다.

▼여행정보▼


산큐(SunQ)패스: 규슈 7개 현 전체와 인근 야마구치 현(혼슈) 일부에서 버스를 무제한 탈 수 있는 외국인전용 승차권.
북규슈 3일권, 전규슈 3일·4일권이 있다. 국내 여행사에서 판매 중. 상세한 내용은 ‘규슈타비’(九州旅·운영자 지원석·일본
니시테쓰 자동차사업본부) www.kyushutabi.net

아마쿠사(天草): ◇덴구노후네: 고급 부티크 료칸.
적어도 서너 달 전엔 예약해야 한다. 후쿠오카에서 173km(규슈자동차도로 경유 시). 구마모토버스센터에서 ‘아마쿠사
혼토(本渡)’행 쾌속버스로 ‘마에지마(前島)’ 하차(90분 소요·호텔송영버스 예약필수). www.tengu-f.jp ◇스파
탈라소(Spa Thalasso): 바데 풀과 로텐부로, 대욕장과 사우나를 갖춘 섭씨 42.5도의 온천수 스파.
www.sap-thalasso.jp ◇돌고래관찰 보트투어: 한 시간에 2500엔(중학생 이상).
www.iruka-watching.jp www.dolphincruise.jp 24시간 전 예약 필수.


벳푸(別府):
◇아프리칸사파리: 연중무휴, 8월 30일까지 ‘나이트 사파리’(오후 8시 반까지) 개장. 정글버스 탑승은 입장료와
별도. 벳푸 역 서쪽 출구 2번 승강장에서 41번 버스 탑승(46분 소요). 패키지(왕복버스+입장료+정글버스)는
3700엔(1420엔 절약). 벳푸 역∼아프리칸사파리 노선 중간의 간나와 온천에선 ‘지옥 찜공방’(고열온천수의 수증기로 음식을
쪄주는 곳)을 즐길 수 있다. www.africansafari.co.jp/korea ◇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 벳푸 역 동쪽
출구에서 시내버스(오이타행) 54, 60, 61, 70, 71번 탑승(15분 소요). 산큐패스를 제시하면 입장료 20% 할인.
www.takasakiyama.jp ◇우미타마고: 교통편은 자연동물원과 동일. www.umitamago.jp ◇스기노이 팰리스:
벳푸 최대규모(641실) 온천호텔 ‘스기노이’에 딸려 있는 어트랙션. 벳푸 만을 조망할 수 있는 큰 전망 로텐부로 ‘다나유’,
레저풀 ‘아쿠아 비트’ 등이 있다. 온종일 물놀이와 노천욕을 즐기며 휴식할 수 있는 곳. 벳푸 역에서 버스로 10분.
스기노이호텔(www.suginoi-hotel.com/korea) 뷔페식당도 좋다. 생선회와 초밥, 와규 스테이크 등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일본정부관광국:
매달 일본 전국에서 벌어지는 축제와 이벤트 등 생생한 관광정보를 ‘월간 웹
매거진’(http://japan-magazine.jnto.go.jp/ko/)을 통해 제공 중.
www.welcometojapan.or.kr
 
규슈(일본)에서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일본 규슈#산큐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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