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노부모-독신자녀 함께 사는 가구, 멋진 동행 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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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생각할 수 없어. 딸의 어깨를 주물러 주는 날이 오다니. 내 딸이 마흔 살이 됐다니.”―평균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마스다 미리·이봄·2015) 》
 

 최근 일본은 ‘우리 옆에 존재하는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고령사회를 맞았다. 1인 가구나 ‘비혼(非婚)’의 증가 등 여러 사회 현상이 시간 차를 두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고스란히 옮겨오고 있다. 일본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평균나이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는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을 ‘고령 가족’의 일상을 그린 만화라서 눈길을 끈다.

 정년퇴직한 아버지 사와무라 시로(70)와 주부인 어머니 노리에(69)가 독신인 딸 히토미(40)와 함께하는 소소한 날들이 책 속에 담긴 일본 가족의 일상이다. 결혼하지 않는 젊은 세대가 늘면서 고령의 부모와 중장년이 된 자녀가 같이 사는 모습은 일본에서 낯설지 않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나이 들어 가며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들이 공감을 자아낸다.

 마흔 살이 된 히토미는 밸런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에 무신경해진 자신을 발견한다. 긴 머리나 미니스커트와도 멀어졌다는 걸 깨닫는다. 웨딩드레스 모델을 했던 또래 탤런트는 어느덧 새치머리용 염색약 광고에 등장한다. “나이가 들수록 이별해야 하는 것들만 늘어난다”며 그는 친구와 한탄한다.

 황혼기에 접어든 부모의 모습은 히토미를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찹쌀떡을 사 들고 퇴근하던 어느 날, 그는 떡이 목에 걸리면 어떤 응급조치를 해야 하는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본다. 아버지가 실수로 떨어뜨린 두서없는 메모를 보고 치매 조기 증상이 아닐지 어머니와 함께 심각하게 고민한다.

 늙어 가는 부모를 지켜보는 일은 애잔하다. 부모를 이제 내가 보살펴야 하는 ‘관계의 역전(逆轉)’을 보노라면 히토미처럼 쓸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소중한 누군가와 나이 들어 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일지 모른다. 부모와 자녀가 사이좋게 나이를 먹어 가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멋진 동행(同行)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노부모#독신자녀#평균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마스다 미리#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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