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필멸의 인간, 누구도 행복하다 기리지 마시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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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멸의 인간은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기리지 마시오. 그가 드디어 고통에서 해방되어 삶의 종말에 이르기 전에는 ―그리스비극걸작선(소포클레스외·숲·2010년) 》

문학의 영원한 주제 중 하나인 ‘운명’에 대해 옛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인간의 운명이란 ‘비극’ 그 자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고대 그리스 시대 대표적인 비극 여섯 편을 추려 놓은 이 책은 뫼비우스의 띠같이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받는 오이디푸스 왕은 심리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등으로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작품이다. 극의 주인공인 오이디푸스는 식인 괴물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도시 국가 테베의 왕이 된다. 오이디푸스는 남편이 없던 테베의 왕비 이오카스테와 결혼해 2남 2녀를 두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갑자기 나라에 전염병이 발생한다. 걱정하던 오이디푸스가 신탁을 받아보자 선왕 라이오스의 살해범이 테베에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신의 목소리는 말한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살해범을 잡겠다고 공언한 오이디푸스는 결국 자신이 그 살해범이고 자신의 손으로 친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왕비는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칼로 찌른다.

하지만 사실 오이디푸스에게는 잘못이 없었다. 그 역시 지독한 운명의 사슬에 얽매여 희생된 것이었다. 사실 비극의 원인은 테베의 왕이었던 라이오스에게 있었다. 그는 신의 뜻을 어기고 아들 오이디푸스를 낳았고 이에 화가 난 신은 오이디푸스에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운명의 굴레를 씌운다. 결국 오이디푸스는 운명의 희생자일 뿐이었다.

자신의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일 것이냐, 운명을 바꿀 것이냐에 대해서 인간은 종교와 철학, 문학을 통해 치열하게 탐구했지만 지금까지 명확히 깨달은 것은 없다. 다만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매일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과 힘겹게 싸우고 있을 뿐이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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