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경제위기 반복해서 부르는 ‘이번엔 다르다’ 신드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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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다르다” 신드롬은 금융위기란 다른 시간대에, 다른 나라에서, 다른 사람에게나 일어난다는 확고한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번엔 다르다(카르멘 라인하트, 케네스 로고프·다른세상·2010년) 》

새해에도 한국 경제가 저성장, 저물가의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민간 연구기관에 이어 한국은행마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9%에서 3.4%로 대폭 낮췄다. 이례적 저물가 행진이 계속되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기업·가계가 빌린 한국의 전체 부채 규모는 4500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가계대출은 지난 한 해에만 37조 원 이상 급증했다. 경제성장만으로 빚을 줄이기 어려워지는 ‘부채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하지만 지난주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이런 우려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대통령은 정부가 내건 올해 성장률 목표치(3.8%)를 달성할 것으로 봤고 디플레이션 우려도 일축했다.

하버드대의 라인하트 교수와 로고프 교수가 함께 쓴 이 책은 지난 800년 동안 66개국의 금융위기를 연구한 결과를 담고 있다. 저자들은 “위기는 은행이 유럽에 처음 생긴 13세기부터 존재했으며, 서로 다른 특징을 가졌더라도 ‘부채와 과다한 차입’이라는 비슷한 원인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은 결국 재정위기로 번진다고 봤다.

하지만 경고 신호가 쏟아져도 정책 당국자들이 ‘이번엔 다르다’라는 착각에 빠지기 때문에 위기가 반복된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당국자나 전문가들이 “과거의 실수에서 이미 많은 것을 배웠으며, 선배 세대보다 지금이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져 위기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낙관적인 경제 전망이나 연초부터 불거진 각종 글로벌 악재에도 “국내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당국자들 또한 ‘이번엔 다르다’ 신드롬에 빠진 건 아닐까. 한국 경제가 지금 당장 과거와 같은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낮지만 누구도 자신 있게 “이번엔 다르다”라고 주장하기엔 이르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경제위기#신드롬#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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