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아픈’ 청춘들에게 콘서트식 강연 처방… 약발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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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인 체하는 가짜 전문가들, 무지함을 표상하는 학위, 극악무도한 책들, 책임소재를 흐리는 묘한 질문들. 이들을 내가 어디서 보았더라? -위험한 경영학(매슈 스튜어트·청림출판·2010년) 》

“뭔가 얻을 게 있을 줄 알았어요.” 후배를 우연히 만났다. 구직 중인 그는 한 강연에 다녀왔다고 한다. ‘아프지 말아야 할 청춘’들에게 ‘유용한 지혜’를 제공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교수와 종교인이 나선 강연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더냐고 물었다. “세상이 나를 아프게 해도, 세상을 사랑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지라던데요.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래요.”

콘서트식(式) 강연이 부쩍 늘어났다. 기업 고위 임원이 자신의 성장기를 들려주는 강연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연예인, 종교인, 교수, 심지어는 영어강사가 영어 대신 자기 인생살이 들려주기에 더 바쁜 경우도 있다. 유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한 연예인은 강연 한 번 뛰면 1000만 원 가까이를 받는다고 하니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

공급 확대는 수요 증가와 맞물렸을 것이다. 콘서트식 강연의 관객은 주로 청년들이다. 아직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회사가 자기와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머리를 싸매던 청년들이 ‘답’을 구하러 강연장을 쫓아다닌다. 취업 환경이 어려우니 고민의 총량은 빠르게 늘어간다. 한 기업 관계자는 “양질의 강연을 후원하는 것은 잠재 소비자에 대한 꽤 괜찮은 마케팅”이라고 귀띔했다. 이만하면 아주 잘 맞아떨어진 시장이다.

그런데 왜 청년들은 이들에게 답을 구하러 다닐까. “뭔가 혜안이 있으니 강연하는 거 아니에요”라는 후배의 대답에 이 책이 떠올랐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컨설팅 기업에 다녔던 저자는 ‘아무 준비 없이 고객(기업인)을 만나러 가다 비행기에 꽂힌 책자에서 본 아이디어를 포장해 그럴듯하게 제시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래프만 대충 그려주면 고객들이 고개를 주억거렸음’은 물론이다. 그가 몸값 높은 유명 컨설턴트였기 때문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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