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문화

[O2/안지훈의 빈티지 특강]<끝>가구 고르기… 영국-북유럽산 살까, 일제 말 진품 살까

입력 2011-10-15 02:00업데이트 2011-10-15 02: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아파트에서 이사를 기다리던 옷장. 서구인들은 조부모나 부모가 물려준 가구를 즐겨 사용하며, 따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빈티지 가구를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안지훈 씨 제공
나무로 만든 물건들은 세월이 지나고 손때가 묻으면 그에 비례하는 아름다움을 가지게 된다. 옛 가구의 나무는 늘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잘 만들어진 오래된 나무 책상 위에 팔이 닿았을 때의 느낌을 떠올려 보라. 오래된 가구는 멋진 인테리어 소품인 동시에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 빈티지 가구의 조건

수집용 빈티지 가구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먼저 제품의 품질이 검증된 것이어야 하고, 한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20세기 중반 이후 발표된 많은 가구가 길지 않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빈티지로 각광을 받는다. 당시 새로운 유행을 불러 왔거나 디자인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가구를 만드는 소재들도 수집의 기준이 된다. 한때 레진이나 루사이트(항공기의 창문을 만드는 데 사용) 같은 합성수지가 쓰이기도 했고, 알루미늄이나 크롬 같은 금속 소재가 과감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물론 이런 것은 전문가들의 기준일 뿐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과 취향에 맞는 가구를 만나는 것이다.)

조선 후기까지만 해도 반닫이 같은 우리나라의 전통가구에는 무쇠나 놋쇠, 백동으로 만든 장석을 썼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양은(구리에 니켈과 아연을 첨가한 흰색 합금) 장석을 단 가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양은 장석은 1970년대까지도 계속 사용됐다. 이런 가구는 대체로 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지만 일부 애호가들은 애써 이런 물건을 찾는다.

○ 무엇을 수집할 것인가

나는 빈티지 가구를 구입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우선 그 목적을 물어본다. 목적에 따라 수집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 좋다. 물론 현재도 똑같은 라이선스 제품이 생산되긴 하지만, 초창기에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생산됐던 오리지널 제품들은 그 수량이 한정돼 있어 매년 가치가 조금씩 올라간다.

빈티지 전문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가구 디자이너 부부인 찰스 앤드 레이 임스, 핀란드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였던 알바르 알토, 덴마크의 디자이너 한스 웨그너 등의 작품이 인기가 높다.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에서 새로운 공예운동을 이끌었던 구스타브 스티클리의 작품들도 국내외에 두꺼운 애호가 층을 형성하고 있다.

유명 디자이너들의 오리지널 가구는 국내외 경매나 국내의 전문판매상에서 구입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선 가구 경매가 드물지만 매년 서울옥션 같은 경매회사를 통해 한두 차례 경매가 진행되기도 한다. 해외 미술품 경매에선 가구가 인기 품목이다.

본인이 직접 사용할 빈티지 가구를 찾는다면 빈티지 전문 매장을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현재 국내 가격엔 해외 현지에서 수집 및 배송을 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물론 판매자의 마진도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게 좋다.

실제 사용할 가구의 선택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용도와 가격이다. 만약 비슷한 소재로 만든 신품 가구와 값이 비슷하거나 약간만 더 비싸다면 빈티지 제품을 한번 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런 물건은 제작자나 회사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잘 고르면 멋진 디자인으로 단단하게 만든 제품들을 살 수 있다.

다만 제품 선택에 앞서 가구의 스타일과 소재를 먼저 결정하는 게 좋다. 빈티지 가구는 생산된 지역에 따라서 그 스타일이 다른 경우가 많다. 본인 취향에 따라 농가에 와 있는 듯 편안한 영국산 컨트리풍 가구를 고를 수도 있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북유럽 스타일의 가구를 선택할 수도 있다.

영국과 북유럽 가구는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영국 가구는 소나무나 떡갈나무(오크)로 만든 것이 많고, 특히 요즘 인기가 높은 북유럽 빈티지 가구는 티크 소재가 많다. 그렇지만 1960∼1970년대 북유럽 가구의 전성기에는 브라질 등 남미에서 수입한 로즈우드가 더 많이 사용됐다. 로즈우드로 만든 가구는 티크 소재 가구들보다 품질과 가격이 더 높다.

비싼 가격이 부담이 된다면 의자나 사이드테이블 같은 소품부터 시작해 볼 것을 권한다. 떡갈나무로 만든 영국산 윈저의자(등받이가 둥글게 되어 있음)는 20만 원대에도 살 수 있다.

○ 오래된 나무로 만드는 가짜


국내뿐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 발견되는 많은 위조품 중에서도 유독 나무로 만든 가구나 소품의 비중이 크다. 아마 상대적으로 만들기가 쉽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가장 속기 쉬운 가짜는 오래된 나무(고재)로 만들어내는 것들이다. 솜씨 좋은 목수나 위조 전문가가 수백 년 된 고재로 가구를 만들어 약간의 색만 입히면 거의 다 속아 넘어간다. 국내에 있는 골동품점에 가면 나무 스툴(등받이 없는 의자)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중에는 오래된 집에서 나온 고재를 재료로 중국에서 만든 것이 많다. 대부분의 양심 있는 주인들은 오리지널 빈티지가 아닌 것을 말해주지만 어쨌든 주의할 필요가 있다.

원래 오래된 물건이긴 하나 지나치게 수리가 많이 되거나 원형이 훼손된 것도 진품의 범주에 넣기 어렵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주반(황해도 해주에서 만들어진 소반으로 고려시대 장식의 영향이 남아있음)은 골동품점에서도 귀하신 몸이었다. 두 개의 판으로 된 다리에 아름다운 문양을 새긴 해주반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때문에 고가구 수집가들에게서 인기를 모았다. 완성도나 상태가 뛰어난 것들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반닫이나 이층롱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북한에서 해주반이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값이 꽤 떨어졌다. 도입 초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물건이 들어왔지만 일부 골동품상의 욕심이 문제였다. 이들은 운송 도중 일어나는 파손을 막는다는 이유로 상판과 판재, 운각(상판 아래의 장식) 등을 모두 분리해 옮긴 뒤 국내에서 다시 조립했다. 이러다 보니 제 짝이 아닌 조각들을 재조합해 놓은, 골동품이라 하기도 어렵고 아니라고 하기도 어려운 물건들이 생겨났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으로 저평가된 물건을 사는 것도 가짜에 속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나의 관심은 일제강점기 때의 가구에 많이 쏠려 있다. 수요가 적고 가격이 높지 않아 아직까지 거래되는 물건의 대부분이 진품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얕은 지식의 방어책 같기도 하지만 일본과 조선의 개성 있는 양식들이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잘 섞여 만들어진 가구를 보면서 느끼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안지훈 디자인 마케터 helsinki@plus-ex.com  
■ 빈티지 또는 고가구를 살 때 유의해야 할 점


① 전체적인 색감이나 장식을 살펴보자. 특정 부분의 색이 다른 부분과 다르거나, 금속 장식 근처의 땟자국이 자연스럽지 못하면 한번 의심을 해보는 것이 좋다. 손으로 만졌을 때 이상할 정도로 매끈한 곳이 있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

② 제작 방법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빈티지 가구는 블록 모양으로 나무를 깎아 짜맞추는 방법으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야 가구의 내구성이 높아지고 습도나 온도 변화에도 견디기 때문이다. 못이나 나사를 지나치게 많이 쓴 것은 가짜, 그것도 아주 엉성하게 만든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③ 재료가 원목인지 확인하자.
현대 가구라면 모르겠지만, 20세기 초의 가구가 합판으로 되어 있다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봐야 한다.

④ 서랍 안을 살펴보자.
조선 시대 고가구의 경우 서랍 등 수납공간 내부에 고서적의 낱장들이 붙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손으로 쓴 필사본이 아니라 훈민정음 등이 인쇄된 한지라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⑤ 무엇보다 좋은 건 좋은 물건을 많이 보고 안목을 키우는 것이다. 보는 눈이 높아지면 무엇인지 모를 어색함이나 전체적인 불균형을 잡아낼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점을 알아두고 주인들로부터 보는 눈을 배우는 것도 좋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