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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O2/박홍관의 차(茶) 기행]천량차, 기분좋은 청량감

입력 2011-04-30 03:00업데이트 2011-05-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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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에서 천량차를 포장하는 모습. 다섯 사람이 한 조가 되어 채롱을 굴려가며 단단하게 밟아 묶는다. 박홍관 동양차도구연구소장 제공중국 현지에서 천량차를 포장하는 모습. 다섯 사람이 한 조가 되어 채롱을 굴려가며 단단하게 밟아 묶는다. 박홍관 동양차도구연구소장 제공
천량차(千兩茶)의 이름은 그 무게에서 나왔다. 한 냥(兩)이 37.5g이니까 3만7500g, 즉 40kg 가까이 무게가 나간다. 천량차는 높이 150cm, 지름 20cm 안팎의 원기둥 모양으로 생겼다.

천량차는 한때 한국에서 신비스러운 차로 둔갑해 백화점 이벤트에 이용되기도 했지만 명차(名茶)의 반열에 오를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 엄청난 크기와 무게는 뜨거운 대중적 인기의 증거다. 요즘에도 상하이(上海) 차 시장에 가면 한국 승려들이 천량차를 많이 구입해 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천량차는 달콤하고 개운하며, 뒷맛에서 박하의 풍미가 난다. 흑차의 일종이며, 우려낸 찻물의 빛깔은 황등색(黃橙色)이다. 필자는 중국 후난(湖南) 성 바이사시(白沙溪)의 차창을 방문해 천량차를 마셔본 적이 있다. 공장에 놓여 있는 큰 통에서 밥공기만 한 잔에 차를 받아 마셨는데, 그때까지 마셔본 차 중에서 가장 시원하고 기분 좋은 청량감이 있었다.

○ 박하향의 묘미, 한국 스님들이 즐겨 찾아

바이사시 공장에선 찻잎을 증기로 찐 후 수분을 흡수한 찻잎을 기다란 댓살 바구니(채롱)에 세 번 정도 나누어 넣는다. 그러고는 각반을 찬 남자 다섯이 한 조가 되어 바구니를 굴려가며 꽉꽉 밟아 묶는다. 돌리고 굴리고 조이고 누르는 다섯 사람의 동작이 마치 하나처럼 움직인다. 황토 바닥에서 땀 흘리며 작업하는 그들의 눈빛과 능란한 손놀림에서 훌륭한 차가 만들어짐을 알 수 있었다.





포장된 차는 밖으로 옮겨 햇볕에서 건조와 발효에 들어간다. 힘이 센 남자들이 압축시킨 것이기에 건조된 차의 중심부는 마치 나무토막처럼 단단하다. 천량차도 보이차처럼 오래 묵은 것이 맛이 좋다. 아직까지 초창기인 1950년대에 만들어진 차가 유통되는 이유다.

천량차는 원래 후난 성 안화(安化) 현 바이사시 차창에서 생산됐다. 처음에는 무게가 100량인 백량차(百兩茶)로 만들어지다가 청나라 동치제(1856∼1874) 연간에 대나무 채롱에 넣은 천량차가 탄생했다. 당시 사람들은 말이나 나귀의 양 옆구리에 기다란 대나무 채롱을 달았는데, 통상 한 번에 운송하는 중량이 채롱 하나당 1000냥이었다고 한다.

○ 중국차 전문점에서 구할 수 있어

이후 점차 쇠퇴하던 천량차는 중국 정부 수립 이후인 1952년부터 후난 성 바이사시에서 재탄생했다. 하지만 차를 만드는 방법이 너무 어렵고 힘들어 2kg짜리 덩어리차로 크기가 줄어들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이들이 1950년대에 차를 만들었던 기술자들을 초빙해 1983년 천량차를 재현했고, 1997년부터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중국차 전문점에서 구입하면 된다. 다만 좋은 차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 믿을 만한 차 전문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마시는 방법
천량차는 작은 자사호나 개완에 우려 마시면 진정한 맛을 느끼기 어렵다. 주전자나 탕관에 팔팔 끓여서 마시는 것이 필자가 중국 산지에서 배운 방법이다. 그전에 뜨거운 물로 찻잎을 씻어내는 세차(洗茶)가 필요하다. 주전자에 차를 끓일 때는 뚜껑을 닫은 후 팔팔 가열해 첫 번째 끓인 물을 받아놓고, 다시 물을 부어 끓인다. 그 다음 첫 번째와 두 번째 끓인 물을 섞어서 주전자나 물병에 담아두고 마시면 된다. 이렇게 식힌 차는 더운 날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며, 오래된 천량차에서는 차 자체의 발효향이 뚜렷이 난다. 중국 현지에서는 감기에 걸렸을 때 천량차에 생강을 조금 넣고 끓여서 마신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민간요법이다.

주의할 점
끓인 차에서 시큼한 냄새가 난다면 잘못된 보관 등의 이유로 차가 변질된 것이다.

동양차도구연구소 소장 www.seok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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