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실제 피폭량 적고 음식물 걱정없어”… 후쿠시마 원전사고 공포 바로 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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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원전 관련 ‘알고자 하는 것’

기자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와 인연이 깊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다음 날인 2011년 3월 12일 오전 기자는 서울 본사에서 현지로 급파됐다. 급히 비행기를 타고 후쿠시마 공항에 도착한 직후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원전 사고가 났으니 최대한 빨리 후쿠시마를 벗어나라!”

택시를 타고 10시간을 달려 센다이(仙臺)에 도착했다. 택시 안에서 느꼈던 방사능 공포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제대로 된 정보가 있었다면 그렇게 공포를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사고 후 1년 반이 지난 2012년 10월경 후쿠시마 원전 안으로 들어가 사고 원자로를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동행한 도쿄전력 직원이 방사선량을 수시로 확인했다. 방진복을 입고 방독면을 착용했으며 두 겹으로 장화를 신었다.

이성적으론 별 문제 없었다. 하지만 불안했다. 꼭 사지(死地)를 제 발로 찾아가는 느낌이랄까.

후쿠시마 원전과 인연이 깊어서인지 일본 서점에 나온 원전 관련 책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전문적이어서 손이 가지는 않았다.

10월 1일 나온 원전 관련 책 ‘알고자 하는 것(知ろうとすること·사진)’의 표지는 저자 2명이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 있는 사진을 담았다. 전문 서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저자 하야노 류고(早野龍五·62) 씨는 물리학자로 도쿄대 대학원 이학(理學)연구과 교수다. 다른 저자 이토이 시게사토((멱,사)井重里·66) 씨는 카피라이터다. 두 사람 모두 원전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올바른 정보를 발신하자’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함께 책을 썼다.

책 내용은 두 사람의 대화로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점을 묻고 답했다. 덕분에 쉽게 책이 읽혔다.

서문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후쿠시마산 채소는 지자체가 방사능 검사를 한 뒤 시중에 나오지만 사람들은 찜찜해하며 꺼린다. 이토이 씨는 “과학적 행동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게 현실이다. 두 행동 모두 있다는 걸 인정하고 책을 썼다”고 밝혔다.

원전에 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 그들은 이성적, 과학적으로 ‘맞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발신했다.

하야노 씨는 “현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실제 사람들이 입은 피폭량은 매우 낮다는 점이다. 특히 음식물 섭취로 인한 내부 피폭량을 측정해보면 당초 상정했던 것보다 많이 낮다. ‘이제 음식물은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발간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10월 29일 기준으로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20위에 올라와 있다. “지금까지 후쿠시마와 관련된 것은 모두 피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서 생각이 달라졌다” 등 긍정적 서평이 대부분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후쿠시마 원전사고#알고자 하는 것#동일본 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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