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에 어울리는 따뜻한 이야기’]<2>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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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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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야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
정호승 지음·비채

《“신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은 결코 주지 않습니다. 신은 인간이 감당할 만한 고통만 줍니다. 신은 인간이 고통스러워할 때 언제나 도움의 손길을 늦추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이 너무 성급해서 신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까지 기다리지 못할 뿐입니다.”》

아버지처럼 큰 힘과 용기를 주었던 말 한마디, 어머니처럼 큰 위안과 위로를 주었던 한 줄의 글귀. 정호승 시인은 그런 말과 구절을 만날 때마다 메모를 해 뒀다. 어느 날 노트를 뒤적이다가 그 말을 처음 대했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 책은 정 시인이 그에게 힘과 위안을 준 말들을 나누고자 쓴 글모음이다. 세계적인 문호의 말도 있고, 사귀어온 신부님과 스님의 말도 있으며, 평범한 사람들의 말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들어온 글귀들도 적지 않지만, 시인의 개인적 체험을 적은 사연들과 더불어 전달할 때 새로운 힘을 던져준다.

3년 전 봄에 나팔꽃 꽃씨를 심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싹을 틔우지 않는 씨앗을 원망했다는 시인. 꽃씨를 준 친구를 원망하기도 하고, 제대로 심지 않은 걸 알고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던 그는 무심코 베란다 창을 열었다가 나팔꽃 한 송이를 보고 깜짝 놀란다. 땅속 깊은 곳에 심어진 한 알의 작은 씨앗이 한 송이 꽃을 피우기까지 고통스럽게 지냈을 시간을 떠올린 그는 “신이 나팔꽃에게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고통을 허락하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지금까지 고통스럽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그래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신께서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고통만 허락하셨기 때문임을 깨닫는다.

산문집에 실린 한 줄의 구절들 중 ‘실패’와 ‘버림’에 대한 성찰이 여럿 눈에 뜨인다. 미국의 인터넷 소매업체 마더네이처사의 마이클 배럭 사장은 실패를 딛고 업계 선두주자로 떠오른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세탁기의 거름망에서 자라난 콩을 보고, 햇빛 한 번 들어오지 않는 데다 세제가 풀린 거친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열악한 환경에서 싹을 틔운 것을 보며 시인은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쓰러뜨린다’는 것을 배운다. 밤하늘이라는 어둠이 있어야만 별을 바라볼 수 있듯이, 고통과 시련이라는 어둠이 있어야만 자신의 삶의 별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천의 도예가 집을 방문했을 때 깨진 도자기들을 버리는 것을 보고 시인은 “이 아까운 것들을 다 내다버려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도예가는 웃으면서 답했다. “저렇게 깨어지고 버려지는 도자기가 있기 때문에 훌륭하게 완성되는 도자기가 있는 겁니다. 저것들은 저것들대로 자기 소임을 다하기 위해 저기 저렇게 있는 겁니다.” 그는 ‘산산조각 난 항아리를 다시 붙이려 하지 말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불행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인은 지나온 세월이 주는 교훈을 책을 통해 나누는 한편으로 희망을 전한다. 동화작가 정채봉 씨에게 당면한 가정사의 괴로움을 털어놓자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호승아, 이제는 실뭉치가 풀리는 일만 남았다. 그러니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이 말에 힘을 얻은 시인은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이제 실뭉치가 풀리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면서 꿋꿋이 용기를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잔잔하고 차분하게 오랜 문우와의 추억을 고백하면서, 시인은 삶이 힘들 때는 자신처럼 실뭉치가 풀리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라고, 그러면 풀리는 실로 어떠한 옷을 새로 짜느냐의 문제만 남아있다며 독자들을 다독인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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