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맨얼굴’ 20선]<13>음악에 미쳐서

  • 입력 2009년 9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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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미쳐서/울리히 룰레 지음/비룡소

《“음악교사로 일하면서 늘 새롭게 느낀 점이지만 아이들은 호기심이 아주 많다. 위대한 작곡가의 일생에 대해 들려주면 아이들은 수천 가지 질문을 한다. 그 작곡가들이 어느 시대에 살았는지, 그들의 하루는 어땠는지. 그중에서 아이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은 음악가들의 어린 시절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음악가들의 어린 시절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어 이런 질문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그때부터 나는 음악가들의 어린 시절에 대한 자료를 찾아 모으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음악가들은 어릴때 어땠어요

음악가들의 어린 시절만을 담은 책은 아니다. 이 책은 헨델, 바흐, 모차르트, 조지 거슈윈 등 전설로 남은 음악가 14명의 탄생부터 어린 시절과 성장, 죽음의 순간들을 담아냈다. 그러나 딱딱한 위인전 같지 않다. 독일의 음악평론가이자 음악교사였던 저자는 이들의 단편적인 일화에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악보 공책을 얻어 써야 할 정도로 가난했던 슈베르트, 어린 시절 고아가 돼서 형과 함께 힘겹게 살았던 바흐, 아버지의 욕심 때문에 떠돌이 음악가가 돼야 했던 모차르트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음악가의 어린 시절은 그들의 음악만큼이나 서로 달랐다. 쇼팽이나 오르프처럼 부유한 집안 출신도 있었지만 바흐나 하이든처럼 가난 때문에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경우도 있었다. 한 가지 공통점은 발견할 수 있었다. “앞날이 보장되지 않은 음악가의 길을 선택한 뒤 올곧게 노력하면서 숱한 좌절과 실패를 겪었다”는 점이다.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훌륭한 음악가가 된 경우도 있지만 헨델은 달랐다. 그를 음악가로 키운 건 자식이 음악가가 되는 걸 반대한 아버지였다. 공작의 이발사이자 주치의였던 아버지는 “음악을 해서는 입에 풀칠할 수 없다”는 믿음을 가졌고 아들이 법률가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염소 새끼처럼 고집이 대단해 ‘작은 염소’라는 별명을 가진 헨델의 뜻을 아버지도 말릴 수 없었다.

9대째 음악가를 배출한 집안에서 태어난 바흐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접했다. 아버지인 암브로지우스는 시(市) 소속의 음악가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아버지는 학생에게는 열성적이었지만 자식에게는 소홀했다. 성가를 부르는 게 싫어 오르간을 배우려는 아들 바흐를 말린 것도 아버지였다. 이유는 “오르간 페달을 밟기엔 다리가 짧다는 것”. 알고 보니 아들에게 오르간을 가르쳐주기로 한 삼촌이 아버지와 원수지간이었다. 그러나 오르간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무한한 매력에 빠진 바흐는 몰래 교회에 나가 오르간을 배웠다.

4월 1일에 태어난 하이든의 생일에 얽힌 일화도 흥미롭다. 만우절에 태어난 아이라고 놀림 받는 게 싫었던 하이든은 생일을 3월 31일로 바꿨다. 그만큼 엉뚱했던 것이다. 동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하이든은 동물 소리 모방에 천재적이었다. 어둠 속에서 섬뜩한 고양이 울음소리나 성난 개소리를 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장난기는 훗날 창작의 원천이 됐다. 여러 종류의 동물 소리는 그의 작품인 ‘천지창조’에 등장한다.

거슈윈은 ‘음악을 배우거나 좋아하는 친구들을 모두 마마보이’라고 놀려대곤 했다. 아버지도 아들이 틀림없이 야구선수 같은 운동선수로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거슈윈은 거리를 배회하던 중 전자 피아노에서 나오는 멜로디에 매료됐고, 이후 버릇처럼 그 신기한 피아노가 있는 곳에 가곤 했다. 어머니와 이모의 후원 아래 거슈윈은 음악을 배웠고 1920, 30년대 미국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가 됐다. 이 밖에 프로코피예프의 대표작 ‘피터와 늑대’는 어릴 적 침대에서 어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 등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풍성하게 이어진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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