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길]<129>‘愛人敬天’ 도전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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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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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기업인은 역사를 만든다

장영신 회장은 경제가 중심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기업인이 역사의 주역인 만큼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기총회. 왼쪽부터 유창순 전 국무총리, 송인상 효성 고문,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장 회장,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명예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 사진 제공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은 경제가 중심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기업인이 역사의 주역인 만큼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정기총회. 왼쪽부터 유창순 전 국무총리, 송인상 효성 고문,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장 회장, 이용태 전 삼보컴퓨터 명예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 사진 제공 애경그룹

나는 ‘내 인생은 사업’이라는 각오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여자라서 남자보다 더 큰 희생을 각오해야 했으므로 내 인생에서 ‘즐긴다’는 표현은 찾기 힘들었다. 이렇게까지 개인생활이 없는지 미리 알았다면 기업인의 길에 뛰어들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문화 활동을 즐기거나 적당한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아이의 졸업식이나 친지의 결혼식에도 거의 참석할 수 없었다. 사장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내 딸이든 친구든 간에 누군가 여성이 경영자가 되려고 한다면 말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경영자가 된다 함은 여성으로서 자기 삶을 포기함을 의미한다. 끝없는 노력과 창의력을 유지해야 하며 쉬고 싶거나 그만두고 싶어도 수천 명의 종업원과 그에 딸린 수만 명의 가족을 생각하면 그만둘 수가 없다. 한 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올 수가 없는 경영자의 길은 결코 쉽게 시작할 수도, 쉽게 중단할 수도 없는 숙명이다.

경영자로 성공하려면 자기의 생활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사적인 생활, 하고 싶은 것, 휴식, 취미를 일단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사장이라는 직책은 오르기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도 힘들다. 회사가 도산하면 최대의 피해자는 종업원이며 그 가족이다. 따라서 기업이 적자를 내고 도산하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인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기업인의 사명은 빈곤의 극복과 사회 전체의 풍요다.

한국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발전을 이루는 역사를 이끌어 온 뒤에도 기업인이 있다. 기업인 대부분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물불을 가리지 않으며 앞으로만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판단의 실수나 실행 단계에서의 착오 혹은 방법론의 잘못 때문에 건전하지 못한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된 적이 있다. 하지만 기업인에게 돌을 던지기 전에 열정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고 기업인에 대한 나쁜 생각을 바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부분의 기업인은 사회의 요구보다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이나 역할, 중요성을 더 잘 인식하며 기대보다 더 많이 노력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기업인을 애국자라고 본다. 내가 아는 기업인은 각계각층의 어떤 전문가보다 사명감을 갖고 더 열심히 일한다. 경영자는 원하든 원치 않든 사적인 존재가 아니라 공적인 존재다. 경영자는 공적인 직책을 갖고 있는데 이는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경제인 단체이기도 하고 스포츠나 예술단체이기도 하다. 자기 기업 외의 일을 담당함으로써 사회발전에 또 다른 기여를 한다.

나만 해도 애경그룹 회장이라는 직책 외에도 애경복지재단 이사장, 구로문화원장과 KAIST 이사를 더불어 맡았다. 최근에는 대외 활동을 많이 중단했지만 지금까지 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을 비롯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 경제단체에서 활동했다.

전경련 부회장… 골프협회 이사…
공적인 직책에 개인시간 없어
‘기업인=애국자’ 인식 생겼으면


이 밖에도 과거 기획예산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중소기업청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재정경제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산업자원부 직업교육훈련정책심의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했다. 한국화학연구소 이사, 한국능률협회 부회장, 전경련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서 국립발레단 후원회 이사, 대한골프협회 이사, 장은공익재단 이사, 세종문화회관 이사도 내가 한때 맡았던 자리다.

현대사회에서 역사를 만드는 역할은 기업인이 수행한다. 경제에 의해 세계의 번영뿐 아니라 평화가 결정되는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유교적 관념에 따라 아직도 기업인이나 경영인을 사고의 말단에 두곤 한다. 그 영향 탓인지 기업인이 일반 국민에게 장사꾼 정도의 인식과 함께 불신을 받아왔다. 이제는 기업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름지기 기업인이 하는 일에서 ‘이것은 개인적인 것이다’라고 할 수 있는 사적인 부분은 하나도 없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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