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길]<95>‘愛人敬天’ 도전 40년

  • 입력 2009년 9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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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Love & Respect, 愛敬
깨끗한 제품 생산 의지 담아
회사 창립후 네차례 로고 변경
‘사랑과 존경’ 이념은 변함없어

예전에 애경정밀화학(현 AK켐택)을 맡았던 김용남 사장의 장녀 이름은 ‘미향’이다. 미향은 애경이 1958년에 출시한 국내 최초의 화장비누 이름이기도 하다. 1973년 첫딸을 얻은 김용남 당시 생산2부 도료과 사원이 이름을 지으러 갔더니 작명가가 미향이라는 이름을 주더라고 한다. 이 이름을 전해 받은 부인은 “이왕이면 품질이 좋은 ‘우유’(국내 최초의 백색비누)로 작명하지 미향이 뭐예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아냐, 미향이 우유보다 훨씬 실용적이야”라고 답해 함께 웃었다고 한다. 회사 제품에 대한 애경 가족의 애정이 묻어나는 에피소드다.

나 역시 회사 이름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경영에 나선 지 40여 년, 강산이 몇 번 바뀌었을 세월이다. 그동안 사업을 확장하며 기업 로고를 여러 번 다듬었고 경영에 대한 생각도 여러 번 바뀌었지만 그룹 이름은 바꾸지 않았다. 사람의 이름이 일평생 잘 바뀌지 않듯 기업 이름을 유지함은 기업의 생명을 이어가는 뼈대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애경(愛敬)이라는 그룹의 이름은 1954년 6월 1일 남편이 10명의 발기인과 함께 발기인 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6월 9일 설립등기를 마치고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를 공식 출범한 이후부터 지속된 이름이다. 애인경천(愛人敬天)의 정신에 입각해서 만들었다. 국민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정신과 국민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 발전하겠다는 정신을 동시에 담았다.

애경을 설립할 때부터 우리 회사는 조국의 재건과 산업부흥이라는 목표와 함께 ‘양심의 기업이 되자’는 이념과 신념이 있었다. 나는 1974년 애경 20주년을 맞아 ‘성년 애경’을 주제로 한 축사에서 이런 애경의 경영 이념을 공식화했다.

“개인과 가정, 가정과 기업 그리고 기업과 사회 등의 관계가 제각기 단절된 것이 아니고 면밀하게 이어지는 유기체라고 한다면 ‘사랑과 공경’의 참뜻은 한 개인에게만, 또한 가족에게만, 그리고 한 기업체에만 국한될 수 없는 보편적인 원리입니다.”

최근 나는 이러한 애와 경의 대상을 고객에게 맞추도록 강조한다. 고객을 향한 사랑과 존경이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가장 소중한 씨앗이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 생각해서다. 애경그룹 기업 광고의 슬로건 역시 “사랑하고 존경하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집니다”이다.

애경그룹이 지금 쓰는 로고는 1975년 처음으로 기틀을 잡았다. 세계 시장 공략을 앞둔 가운데 1962년 5월부터 1974년 12월까지 쓰던 회사 로고가 외국 상표와 비슷해 바꿔야 했다. 사원의 일체감과 소속감을 강화한다는 필요성도 있었다.

1974년 12월 11일 동아일보 등 3개 일간지에 현상금 50만 원을 걸고 사장(社章) 현상을 공모했다. 이듬해 1월 15일까지 36일간 응모작품 2919편이 전국 각지에서 도착했다. 응모작품을 놓고 세 차례에 걸쳐 외부 심사위원이 4편의 후보작품을 선정했고 임원 회의를 통해 최종 당선작을 선정했다. 당선자는 서울 성동구 화양동에 사는 박승직 씨로 H 정유 등의 로고를 그린 바 있다.

둥근 원 안에 애경의 영문 이니셜 A와 K의 소문자를 넣었고 아래쪽에는 맑은 물결을 상징하는 디자인을 넣었다. 이 물결은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투영이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협조와 조화의 물결을 뜻한다. 또 전체적으로 우리 민족 고유의 탈을 형상화하여 언제 어디서나 변함없는 자세와 무한한 우주 공간 속에서 유체의 리듬을 잇는 민족기업의 이미지를 담았다. 애경의 핵심가치인 깨끗함 신뢰 혁신 도전도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1975년 확정한 로고는 창립 50주년이었던 2004년 파란 색깔을 입히고 물결무늬를 단순화한 것으로 변형했다. 이처럼 애경 로고는 시대 변화에 따라 조금씩 옷을 달리 입었지만 조국의 재건과 산업 부흥을 목표로 ‘양심의 기업’을 표방한 애경의 정신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애경의 정신은 거꾸로 애경을 살렸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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