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길]<74>경제개발의 길목에서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6분


<74>동북아안보협의기구 NASO를 창설하라
한반도 평화통일 다자협상 불가피
6자회담, 안보협의체로 발전해야
우선 北제외 NASO 창설 어떨지

2005년 6월 모교인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에서 편지가 왔다. 본교 대학원에서 국내외 저명인사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듣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9월에 그 프로그램의 연사로 나와 달라는 것이었다. 거절할 수 없어 9월 12일 이 대학 대학원에서 나는 ‘동북아와 미국: 한국의 관점’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나는 동북아 4개국(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과 미국 사이의 정치 경제적 역학관계를 분석했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경제면에서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하고 정치면에서는 동북아안보협의기구(Northeast Asia Security Organization·NASO)를 설립하라고 주장했다.

동북아에는 크고 작은 안보상의 불안 요인이 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해 남한 대 북한, 대만 대 중국의 문제가 있다. 도서(島嶼)의 영유권 문제, 예컨대 한일 간 독도문제, 중-일 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 섬) 문제, 러-일 간 쿠릴열도 문제 등이 있어 서로 다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동북아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군사대국이 대치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를 안고 있는데 만약 북한 체제가 붕괴하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중국 미국 사이의 군사적, 외교적 대립이 불가피하게 된다. 거기에 러시아와 일본의 입장이 끼어들면 남북통일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전통적 동맹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을 적대시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아니 된다. 경제면에서는 중국이 장차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경제적 공룡이 될 것인데 우리는 그로부터 최대의 파급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경제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반면에 안보 면에서는 중국의 군사적 공룡화에 대비해야 하고 그러자면 미국 일본과 연대해서 중국과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상반된 두 가지 명제를 어떻게 전개할 것이냐 하는 것이 한국 외교의 기본 과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1대1의 양자간 외교만으로는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를 우리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어 6자회담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통일 문제도 다자 간 협상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의 통일 문제를 현실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금의 6자회담을 동북아안보협의기구(NASO)로 발전시키라고 하는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우리는 유럽의 선각(先覺)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유럽은 지역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1949년 미국과 더불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결성하고 1975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창설했다. 그를 통해 유럽의 안보관계가 안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면의 지역적 통합이 촉진돼 지금의 유럽연합(EU)으로 발전했고 오늘과 같은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필자는 NASO 창설을 제창해 왔다. 6자회담이 성공리에 끝나고 그것이 이 새로운 NASO로 발전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다행은 없다. 그러나 그동안 당사국들이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화를 방지하려고 노력했으나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도 무시하고 올해 5월 25일에 핵 실험을 감행했다. 결국 6자회담은 무위로 끝날 것이니 차제에 당사국들은 동북아 안보의 새로운 구상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선은 북한을 제외한 5자만으로 NASO를 발족시키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북한에 대한 절대적인 압력이 될 것이고 결국은 북한도 NASO에 가입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의 의견을 물어본 일이 있다. 파월 전 장관은 6자회담은 자기가 만든 것으로, NASO로 발전시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미국의 참가가 필수적이니 동북아가 아니라 ‘북태평양안보협의기구’로 하는 것이 어떠냐는 다른 미국 인사들의 의견도 있었다. 나는 그것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현실을 보고 꿈같은 이야기라고 할지 모르나 위대한 역사는 꿈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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