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을 다시한번]오프라 윈프리가 가장 존경한 ‘그녀’

  • 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4분


◇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마여 앤젤루 지음·김욱동 옮김

2005년 가을이었다. 편집팀 후배가 불쑥 책 한 권을 추천했다.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노벨 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과 민권운동가이자 소설가인 앨리스 워커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흑인 여성 작가의 베스트셀러 작품”이라는 게 이유였다. 마여 앤젤루가 쓴 이 책은 그렇게 만났다.

알고 보니 앤젤루는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공개 석상에서 가장 존경한다고 밝힌 인물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으로 꼽히는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축하시를 낭송해 화제가 된 시인 엘리자베스 알렉산더보다 앞서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작시를 낭송한 작가이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다. 어린 시절 예쁜 금발의 백인 소녀인 자신이 마법에 걸려 못생긴 흑인으로 변했다고 믿었던 저자가, 20세기 초 인종차별이 심하던 미국 남부 사회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한 흑인 여성의 인간사를 담았다. 주인공은 새장에 갇혀 있으면서도 한껏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검정 새와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릴 때 남부의 할머니 집에서 자라고 여덟 살 때 성폭행을 당한 역경을 딛고 인정받는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성장한 저자 스스로를 투영했다.

2006년 7월 책을 내고 독자 리뷰 행사를 진행할 때만 해도 얼마나 많은 독자가 이 책을 찾을지 가슴이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팔린 부수는 3000부가량. ‘유영 번역문학상’ 최종심에도 올랐고 책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도 괜찮았는데 결과는 기대 밖이었다.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사회적,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는 점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앞날을 점칠 수야 없겠지만 지나고 보니 시기도 두고두고 가슴에 맺힌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 중 한 명인 저자의 이야기를 오바마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던 미국 대선 국면에 냈으면 더 많은 독자가 책과 만났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금숙 문예출판사 편집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