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의 ‘황금빛 유혹’ 특별전]사보이 소년

  • 입력 2009년 3월 21일 02시 58분


가난에 찌든 거리의 아이… 그래도 희망은 있다

(1882년 유화 84x40cm)

조끼와 재킷을 갖춰 입고 모자까지 손에 든 의젓한 꼬마. 한데 들여다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꼬깃꼬깃한 셔츠와 낡은 외투 등 남루한 옷차림에서 알 수 있듯, 아이는 동냥으로 살아가는 거지 소년. 사보이 지역에 극빈층이 많았던 것일까. 19세기 유럽에서는 거리의 아이들을 사보이 소년이라고 불렀다.

‘사보이 소년’은 클림트가 빈 응용미술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작품이다. 인물의 사실적 묘사에 주력했던 초기 수련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빠듯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직업 모델을 구하기 힘들었던 빈의 가난한 미술학도들. 그중 한 명인 클림트에게도 시내에서 쉽게 마주치는 사보이 소년을 데려다 그리는 일이 훨씬 만만했을 터다.

그림에서 세기말 유럽의 사회상도 엿보인다. 겉으로 엄격한 윤리도덕을 외치면서 밤이면 뒷골목을 찾아든 신사들. 이들에게 돈을 뜯어내려 ‘임신’을 내세운 거리의 여인들로 인해 당시 출생률이 급증했다고 한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아무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동정 없는 세상에 내팽개쳐졌다.

어린 시절부터 가난이 낯설지 않았던 클림트. 그림으로나마 아이의 고단한 하루를 위로하고 싶었을까. 소년의 천연스러운 얼굴에서 절망이 아닌 삶에 대한 낙관을 읽어낸다.

‘가난은/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가난하다는 것은/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늘 가슴 한쪽이 비어 있어/거기에/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사랑하는 이들은/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안도현의 ‘가난하다는 것’)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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