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의 ‘황금빛 유혹’ 특별전]신화의 한 장면

  • 입력 2009년 3월 14일 02시 58분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의 사랑은…

신화의 한 장면 (1885년 유화 35.5×49.8cm)

울끈불끈 근육질 팔을 자랑하는 남자와 우윳빛 살결을 한껏 뽐내는 여자. 둘은 사랑에 흠뻑 취한 듯 토실토실한 꼬마를 바라보며 마냥 행복한 표정이다.

가족 초상화같이 보이는데 제목 그대로 ‘신화의 한 장면’을 담은 작품이다. 클림트가 지방 극장의 벽화 작업을 의뢰받고 제작한 밑그림으로, 등장인물은 미의 여신 비너스와 전쟁의 신 마르스, 비너스의 아들이자 연애의 신 큐피드다.

로맨스일까, 스캔들일까. 신들의 세계를 뒤흔들며 사랑에 빠진 비너스와 마르스는 클림트 이전에도 여러 화가가 작품으로 남겼다. 거칠고 사나운 전쟁의 신마저 무장해제시키는 사랑의 위대하고 선한 힘을 상징하는 단골 소재였던 것.

현대에 들어 둘은 다시 주목받는다. 남녀의 근원적 차이를 다룬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베스트셀러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 남자와 여자.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다. 말도 사고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 차이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받아들일 때 진정한 관계와 사랑이 싹틀 수 있다는 이 책의 지당하신 말씀. 머리로는 이해되나 실천은 쉽지 않다.

사랑하면서도 늘 삐거덕거리는 남녀관계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그럼에도 ‘화성 남자’들과 ‘금성 여자’들은 오늘도 여전히 사랑을 동경하고, 아낌없이 사랑을 사랑할 것이다. 그러니 비너스와 마르스를 보며 화이트데이의 사탕보다 더 달콤한 시간을 꿈꾸는 모든 연인들에게 축복을!

‘연인들은 우연히 만나는 것이 아니다. 시작부터 이미 서로의 마음속에 존재한다.’(루미)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동아닷컴 백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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