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링크]불타는 경쟁심의 맞수들, 그들은 세계를 어떻게 바꿨나

  • 입력 2009년 5월 16일 02시 54분


◇ 라이벌의 역사/조셉 커민스 지음·송설희 송남주 옮김/494쪽·2만4500원·말글빛냄

“가장 우월한 것만이 생존하고 진화한다는 것이 진실이라면 인간 라이벌(경쟁자) 사이의 파멸은 인간의 원초적 기능들 중 가장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는 미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말처럼 라이벌은 인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라이벌 간의 불타는 경쟁심은 때론 놀라운 성과를 내기도 하고 어느 한쪽의 파멸을 가져오기도 한다. 미국의 역사저술가인 저자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라이벌의 관계를 보여 준다.

19세기 영국 총리를 지내며 각각 보수당과 자유당을 이끌었던 벤저민 디즈레일리(1804∼1881)와 윌리엄 글래드스턴(1809∼1898). 넉넉지 않은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디즈레일리와 스코틀랜드계 부유층 집안에서 자란 글래드스턴은 성향부터 달랐다. 소설가이기도 했던 디즈레일리가 재치 있고 풍자적인 연설로 인기를 모았다면 글래드스턴은 도덕성과 성실함이 강점이다. 둘은 사사건건 부닥쳤다. 보호무역(디즈레일리)과 자유무역(글래드스턴)으로 견해가 갈렸고 정치를 대하는 태도도 달랐다. 디즈레일리는 다른 정당이 먼저 내놓은 법안일지라도 대중에게 호소력이 있다고 판단하면 거리낌 없이 자기 정당의 것으로 포장해서 내놨다. 글래드스턴은 이를 “극악무도한 교활함”이라고 비난하며 새 정책을 개발했다. 결과적으로 둘의 앙숙 관계는 경쟁적으로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힘이 돼 국가 발전을 이끌었다.

1942년 8월부터 이듬해 1월 벌어진 스탈린그라드(현 볼고그라드) 전투. 4만 명의 민간인을 포함해 독일군과 소련군 등 100만 명 이상이 숨진 이 전투에는 ‘창을 들고 쳐들어온’ 독일 육군원수 프리드리히 파울루스와 ‘방패를 든’ 소련군 바실리 추이코프 대장이 있었다. 파울루스는 전장의 정밀지도를 그리는 게 취미였던 학자 스타일의 지휘관이었고 추이코프는 화가 나면 부하들을 때릴 만큼 성격이 불같았다. 치밀한 계획으로 전쟁 두 달 만에 90% 가까이 도시를 함락한 쪽은 파울루스였지만 식량과 병력 보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배수진을 친 추이코프 쪽으로 전세가 기울었다. 둘 간의 대결은 굶어죽고 얼어 죽는 부하들을 지켜보던 파울루스가 추이코프에게 백기를 들고 투항하면서 추이코프의 승리로 끝을 맺었고 이는 나치에게 결정타를 먹였다. 강인한 통치자이자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워야 했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페르시아 다리우스3세, 동지에서 적이 된 스탈린과 트로츠키, 트루먼 대통령과 그가 해임한 전쟁영웅 맥아더 장군 등의 관계를 담았다.

‘라이벌 한국사’(애플북스)는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인 저자가 한국사의 라이벌 대결을 살핀 책이다. 김춘추와 연개소문, 송시열과 그의 이론을 비판한 제자 윤증, 대원군과 명성황후 등의 관계를 말한다. ‘라이벌 리더십’(크레듀)은 대학과 기업의 경영학자들이 같은 시기 경쟁한 기업과 사회 지도자들을 분석한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콜린 파월과 콘돌리자 라이스,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 나가시마 시게오와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을 지낸 오 사다하루 등의 이야기다. ‘중국의 두 얼굴-영원한 라이벌 베이징 vs 상하이 두 도시 이야기’(펜타그램)는 근대와 함께 시작된 베이징과 상하이의 도시 간 경쟁과 사람들의 변화를 그린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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