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링크]시대 넘는 고전은 어떤 것인가

  • 입력 2008년 10월 11일 02시 56분


“스스로를 규정하도록 돕는 책”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 환상문학의 3대 거장’이라 불린 이탈리아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1923∼1985). 국내에도 소개된 작품 ‘보이지 않는 도시들’(1972년) ‘나무 위의 남작’(1957년) ‘반 쪼가리 자작’(1952년) 등은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런 칼비노가 세상을 떠난 뒤 1991년 이탈리아에서 나온 이 책은 그가 사랑한 작가와 작품에 대해 쓴 평론 모음집이다. 고대 그리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부터 동시대를 산 작가 보르헤스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작가가 쓴 서문이나 짤막한 에세이를 한데 모았다. 주목할 것은 칼비노가 내리는 ‘고전’의 정의다. 그 정의를 찾아가는 시작은 가볍게 출발한다. “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를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를 읽고 있어’라고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다.”

재치 있게 시작한 ‘정의 게임’은 조금씩 폭을 넓히며 깊은 사유를 드러낸다. “한 문화 혹은 여러 다른 문화에 남긴 과거의 흔적들을 우리의 눈앞으로 다시 끌어오는 책.”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작품과 맺는 관계 안에서, 마침내는 그 작품과 대결하는 관계 안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작가 스스로 그런 깨침을 통해서 결국 ‘현상을 다루는 모든 글을 배경 소음으로 물러나게 만드는 책’이라고 꼽은 명저들이 그의 고전 리스트에 빼곡히 차 있다.

명사들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담은 책은 이 밖에도 여러 권 있다.

‘나의 고전 읽기’(북섬)는 공지영 작가, 이주향 교수, 변영주 영화감독 등 10명이 인생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고전을 소개하는 글을 실었다. 신경림 시인은 정지용의 시를, 현기영 작가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느낀 감흥을 전한다.

‘일본 지식인의 전형’이라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청어람미디어)도 눈에 띈다. 제목대로라면 양서 500권과 악서 100권이 실렸겠지만, 진지하고 묵직한 책과 가볍고 말랑한 책의 비율이 5 대 1 정도로 나뉘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소개한) 대부분의 책은 양면성을 지녀 처음엔 공감이 가지 않아도 나중에 피와 살이 되는 경우도 많다.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의 ‘독서’(비아북)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강의’(돌베개)도 주목할 만하다. 독서를 벗 삼아 살아온 두 지성의 책을 향한 열정이 페이지마다 오롯하다. 김 교수는 책 소개와 함께 자신의 독서법을 설파했고, 신 교수는 동양 고전을 통해 현대 사회를 반성한다.

문학 이외 분야의 고전 읽기에 관한 책으로는 조중걸 전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쓴 ‘열정적 고전 읽기’(프로네시스)가 있다. 모두 10권으로 철학 과학 예술 역사 사회 5개 분야를 망라했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앙리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등 현대인이 꼭 읽어야 할 고전을 소개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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