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배낭 속 친구가 되어주는 책 30선]<6>마음의 여행자

  • 입력 2008년 6월 30일 02시 57분


◇마음의 여행자/한스 크루파 지음·조화로운 삶

《“자네는 생의 심장부를 향해 가는 여행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그들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울 것이고…그러나 마지막 목적지는 자네 혼자 찾아야 해. 자네의 영혼 말고는 누구도 자네를 목적지로 안내해 줄 수 없기 때문이야. 그렇기 때문에 항상 눈을 뜨고 있어야 해. 그 눈은 육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

여행지에서 발견한 나의 영혼

여행은 만남이고 발견이다. 낯선 고장, 낯선 사람, 낯선 문화…. 그 만남의 궁극은 결국 나 자신과의 만남이 아닐까. 여행을 통해 발견하는 새로운 자아, 그것이 바로 여행의 진정한 매력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시간은 곧 나와의 만남이다.

헤르만 헤세 이후 독일 최고의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한스 크루파의 단편집. 여행을 주제로 한 단편 11편을 모았다.

다큐멘터리 감독 박준 씨가 말하는 ‘마음의 여행자’ 추천 이유.

“내가 생각하는 마음의 여행자는, 몸은 새로운 곳으로 떠나지만 마음은 자기 자신에게로 향한다. 몸은 낯선 곳으로 떠나지만 마음은 더 나은 내가 되어 돌아온다. 마음의 문제는 길 위에서 먼 산을 멍하니 바라보는 게 아니라 각자의 산을 찾아 그곳에 이르는 길을 찾는 것. 이 책은 그렇게 말해 준다.”

마을로 이사 온 낯선 여인과의 우정을 통해 위대한 작가의 길을 걷게 되는 소년, 지식이 아니라 가슴과 영혼으로 진리를 찾기 위해 대학을 떠나 방랑의 길을 선택하는 청년, 우리 모두의 존재 안에 있는 보이지 않는 산에 오르라고 역설하는 성자,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을 발견한 노인….

소재에서부터 명상적, 구도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작가 특유의 투명하고 서정적인 문체가 이 같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작가가 여행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우선 삶에서 놓치고 있는 것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사유다. 여행이 그것을 깨닫게 한다. 소설마다 소재도 다르고 등장인물도 다르지만 여행은 자신을 찾기 위한 것,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한 것임을 암시한다.

‘나비의 입맞춤’은 낯선 여인 말리나와 소년 페터의 이야기. 여인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소설가의 꿈을 키워 가는 페터. 더 큰 세상을 향해, 더 낯선 곳을 향해 여행을 떠나도록 페터를 격려하는 말리나. 하나하나 꿈과 용기를 키워 나가는 페터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묘사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자신을 찾기 위한 꿈과 용기를 강조한다.

“그들은 꿈을 추구하며 생을 살아가지 않고 다만 두려움에 이끌려 살고 있지. 인간의 꿈과 희망은 너무나도 중요해. 꿈을 따르지 않고 가슴이 뛰지 않는 사람은 끝내 빈 껍질만 남을 뿐이야.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지.”

여행은 새로운 만남, 새로운 경험을 통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팔아 배낭 하나만 짊어지고 고향을 떠나는 젊은 금 세공사 골란. ‘지금 여기 영원으로의 여행’은 골란의 여행을 다룬 단편이다. 삶이라는 긴 여행에서 차분하고 진지한 깨달음을 강조한다.

“진정한 삶이 그대 안에 있다는 진리를 깨달을 때까지 깨어 있으라. 바로 그곳에 진정한 삶이 있다.”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되돌아보고 나면 작가는 보이지 않는 산을 올라 보라고 조용히 권한다. 시들지 않는 꽃을 볼 수 있도록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소리 없이 권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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