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마음을 관찰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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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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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양정무, 그림 제공 포털아트
응시-양정무, 그림 제공 포털아트
어느 날 몇 사람이 모인 사석에서 누군가 물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게 무엇일까요?” 돌발적인 질문에 사람들은 잠시 궁리하는 표정을 짓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가지씩 가장 다루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돈, 와이프, 자식, 시간, 인생…. 그러자 질문을 던진 사람은 그 모든 것이 다 정답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째서 그것들이 다 정답일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가 빙그레 웃으며 방금 여러분이 대답한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마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요컨대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것이 마음이라는 전언이었습니다.

달마대사가 9년 동안 면벽(面壁) 수행을 하던 어느 날 신광(神光)이라는 스님이 찾아와 말했습니다. “스승님 저는 아직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의 말에 달마대사가 짧게 응대했습니다. “너의 마음을 가져오너라.” 신광이 참담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마음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달마대사가 담백한 어조로 마무리했습니다. “나는 이미 너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었느니라.” 그 순간 신광은 크게 깨쳤는데 그가 훗날 달마의 법을 이은 중국선종의 2조 혜가(慧可)대사입니다.

찾을 수 없고 잡을 수 없는 마음으로 고생하고 번뇌하기는 무지한 중생이나 수도승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마음이 어디에 머물다가 어떻게 움직이기 시작해 어떤 소용돌이를 이루고 어떤 경로를 거쳐 다시 잠잠해지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다만 그것에 부대끼고 시달리며 숱한 인생의 굴곡을 경험할 뿐입니다. 어떤 사람은 마음을 수련하기 위해 명상을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상담을 받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마음의 문을 닫고 자폐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마음이 갈가리 찢겨 정신이 분열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마음의 단절 욕구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합니다. 그렇게 세상만사가 마음에서 시작되고 마음에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마음을 도외시하고는 인생을 영위하기 어렵습니다.

화엄경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의미입니다. 하루하루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매순간 마음의 변화를 경험합니다. 그것의 파노라마가 기억에 각인되어 인생의 씨줄과 날줄을 형성합니다. 마음이 조성하는 희비애락으로 인생의 다채로운 무늬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사방팔방으로 연결되어 풍요로운 인간세상을 만들어냅니다.

마음을 제대로 알고 활용할 수 있다면 행복과 불행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마음과 자신이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덫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려면 자기 마음의 움직임을 타인의 시선으로 관찰해야 합니다. 화를 내는 마음, 탐욕스러운 마음, 질투하는 마음, 좌절하는 마음을 객관적으로 주시하면 그것은 빠르게 불길이 잡히고 오래잖아 가라앉습니다. 옹졸한 마음은 옹졸한 마음을 낳지만 한 번 열리기 시작한 마음은 무변광대한 우주의 마음을 낳습니다. 마음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마음이 열린다는 것, 집착으로 가득 찬 마음을 비우라는 의미입니다.

박상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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