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지금은 꿈이 필요한 시간

  • Array
  • 입력 2010년 8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막차 위에 내리는 별-한희원 그림 제공 포털아트
막차 위에 내리는 별-한희원 그림 제공 포털아트
올해 스물여덟인 K 군은 대학을 졸업하고 반년 가까이 직장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습니다. 변변한 직장을 찾지 못해 대학 시절에 하던 아르바이트를 계속했습니다. 그러다 가까스로 영세한 논술학원에 일자리를 얻어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그가 사는 서울 변두리에서 학원이 있는 반대편 변두리까지는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버스까지 갈아타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서 처음 얻게 된 직장이 너무 대견해 먼 거리나 환승을 불만스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작가가 되는 꿈을 키웁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세상 이치가 모순과 갈등 구조라는 걸 금방 눈치 챈 그는 현실적인 고민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꿈을 키우는 게 아니라 꿈을 키우기 위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때문입니다.

고민을 하면서도 그는 선뜻 학원을 그만두지 못합니다. 쥐꼬리만 한 월급에 과다한 수업을 강요받아도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가시방석 같은 현실을 견뎌야 합니다. 다른 강사가 한두 달 만에 학원을 그만두고 떠날 때에도 그는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대안 없는 선택을 하지 못합니다. 꿈이 있으니까 견딘다, 꿈을 위해 인내한다, 그는 날마다 꿈을 마음의 버팀목으로 삼을 뿐입니다.

늦은 밤, 집으로 가는 버스에 앉은 그는 지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한때 하늘의 별처럼 빛나던 자신의 꿈이 빛을 잃어 변두리 가로등처럼 희미하고 왜소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버스에 앉아 집으로 돌아가는 지친 사람들의 표정에서 더 많은 시름과 애환을 읽어내고 그는 마음의 밑자리에 묵지근한 반석이 형성되는 걸 느낍니다.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사는 것이라던 스승의 말이 떠올라 다시 한 번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인생,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사연, 모두모두 꿈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비로소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다시 시간을 할애합니다. 새벽까지 책을 읽고 원고를 쓰며 미래를 현재로 불러들이는 일에 매진합니다. 한순간 한순간의 집중은 그의 청춘을 풍요롭게 만들고 그의 내면을 익어가게 합니다. 그런 과정을 인내한 결과로 언젠가 그가 작가가 되면 그는 자신의 경험을 거름삼아 세상 사람들과 좋은 양식을 나누게 될 것입니다.

지금 이 나라의 많은 젊은이가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합니다. 대화를 나눌 상대조차 없어 좌절하고 절망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합니다. 어른은 언제나 젊은이에게 꿈을 품으라고 말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몽상이나 망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 꿈, 현실을 인정하고 긍정할 수 있게 만드는 꿈을 마음에 품어야 합니다. 꿈은 길을 잃지 않게 만드는 이정표인 동시에 미래를 현실로 불러오는 신비스러운 마법사입니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인내하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박상우 작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