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태양, 차별 없는 무한사랑

  • 입력 2009년 1월 3일 02시 56분


‘일출-신, 망, 애(信, 望, 愛)’ 신동권, 그림 제공 포털아트
‘일출-신, 망, 애(信, 望, 愛)’ 신동권, 그림 제공 포털아트
날마다 되풀이되는 일출은 우리네 삶의 경계입니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하루 일을 마감합니다. 그런 일이 일출을 경계로 평생 되풀이됩니다. 수평으로 누워 자고 있다가 해가 뜨면 수직으로 일어나 일터로 나갑니다. 진종일 열심히 일을 하고 밤이 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수평으로 잠자리에 듭니다.

하루 단위로 되풀이되는 수평과 수직을 확장하면 인생이 됩니다. 갓난아이일 때는 수평으로 누워 있다가 기고 걷는 과정을 거쳐 인간은 수직적으로 성장합니다. 늙으면 등이 굽거나 허리가 휘고 운명을 다하면 다시 수평 상태로 돌아가 영면을 취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날마다 되풀이되는 하루는 인생의 압축이고 축약입니다. 하루를 잘 사는 것, 그것이 곧 인생을 잘 사는 것입니다.

일출과 함께 새날이 시작됩니다. 새날이 모여 새달이 되고 새달이 모여 새해가 열립니다. 새해가 되면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태양 앞에 섭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게 해 달라고 기원합니다. 금전 승진 합격 건강 등등 각자 자기 인생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남보다 잘살게 해 달라고 빌고, 남보다 높은 자리에 서게 해 달라고 빌고, 남보다 앞서게 해 달라고 빕니다. 요컨대 그것은 차별에의 갈망입니다.

일출을 보며 사람들은 차별화된 인생을 갈망하지만 태양은 아무것도 차별하지 않고 고르게 빛을 나누어 줍니다. 가난하다고 빛을 주지 않고 못생겼다고 빛을 거두지 않습니다. 맑은 물에도 내려앉고 더러운 물에도 내려앉습니다. 키가 큰 나무도 감싸주고 키가 작은 나무도 감싸줍니다. 그렇게 태양은 아무것도 차별하지 않는 광원(光源)입니다. 생명의 근원이 되는 빛을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줌으로써 태양계의 생명 활동이 유지되게 합니다. 그렇듯 평등한 태양 앞에서 남보다 잘되게 해 달라고 기원하는 건 나에게만 각별한 빛을 달라고 차별을 기원하는 일과 하등 다를 게 없습니다.

태양으로부터 발산되는 빛은 만물에 대한 긍정의 상징입니다. 차별하지 않는 태양 앞에서 차별을 기원하는 자세를 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태양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차별이 아니라 긍정과 포용, 그것으로 태양의 마음을 닮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밝은 햇살의 어느 구석에도 부정적인 기운이 없으니 태양의 마음은 막힘이 없는 무한 열림입니다.

구태의연한 우리 마음의 자화상, 태양 앞에 드러내고 부정적인 기운을 건조시켜야겠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시작하는 새해, 태양의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태양의 마음으로 주변을 감싸주고, 태양의 마음으로 따뜻하게 어루만져야겠습니다. 태양의 마음, 그것이 곧 차별 없는 무한사랑입니다.

작가 박상우

※‘그림 읽기’는 오늘자부터 작가 박상우 씨가 집필합니다. 그동안 수고해 주신 작가 김주영 씨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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