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구술잡기]‘사람답게 아름답게’

  • 입력 2007년 3월 10일 0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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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답게 아름답게/차병직 지음/275쪽·8800원·바다출판사

동화로 구워낸 맛있는 ‘법과 인권’

구술시험은 속도가 빠르다. 논술이 수중발레라면, 구술은 다이빙이다. 준비시간은 짧지만 답변은 설득력 있고 정확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도와줄 사람을 지척에 두고도 적임자를 몰라 헤맨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시간 급한 구술에서도 도움 받을 마음속의 생각들을 재빨리 찾아내야 한다. 나에게 익숙한 것, 오랫동안 묵혀 온 것이 가장 든든한 지지대가 될 것이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은 어떨까. 동화는 누구나 마음으로 읽고 함께 뒹굴며 고민했던 영양수프다. 다양한 인생과 가치관을 엮은 그 모델하우스 안에서 우리는 이미 수많은 사고여행을 해 왔다. 생각의 집에 리모델링을 해 볼까?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꾸는 묘미도 짜릿하다.

이 책은 동화 안에 ‘법과 인권’의 조명을 달았다. 저자는 인간의 존엄성, 생명, 자유, 평등, 행복 등 딱딱하고 추상적인 가구들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변호사답게 법의 정신을 놓치지 않으면서 ‘사람답게’ 살고픈 우리의 느낌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준다.

우선, 차갑고 근엄한 법의 이미지를 살짝 깨뜨려 보자. ‘생명의 권리’는 사형제도나 낙태, 뇌사 문제에서 주로 불거지지만 속살에는 인간적 고민이 듬뿍 배어 있다. ‘파랑새’에서 찾아간 아기 나라나 ‘비밀의 화원’의 장애인 친구는 생명을 보는 원칙을 일깨운다.

흔히 ‘사회권’은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 여긴다. 그러나 그 바탕은 ‘행복한 왕자’가 흘렸던 눈물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멀리 있던 생소한 개념도 가까워진다. ‘재판권’을 살펴보자.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에드몽 당테스를 떠올리면, 진실을 밝히고 자유를 염원하는 개인에게 재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공감할 수 있다. ‘피노키오의 모험’과 ‘올리버 트위스트’도 정당한 재판이란 무엇일지 생각하는 계기를 준다.

이 책에는 동화의 숨은 공간에 절묘하게 스며 있는 현실의 목소리가 참 많다. “고양이도 왕을 쳐다볼 수 있어요”라고 외친 앨리스의 목소리는 마틴 루서 킹 목사와 간디가 호소한 평등의 염원이다. “이해를 못하신 것 같은데, 그것은 시예요”라고 말한 홍당무의 편지는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혼의 외침이다.

맥락도 모르면서 어렵게 외운 용어는 미풍에도 흔들리는 장대이기 쉽다. 내 것으로 소화된 의미만이 가열된 용기 안에서 팝콘 터지듯 멋진 생각으로 피어날 것이다. 복잡하더라도 즐겁게 헤매며 원칙을 찾는 재미를 이 책에서 배워 보기 바란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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