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그림 읽기]그리움이라는 황금열쇠

  • 입력 2006년 11월 2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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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 겪어서 아는 일이지만 뭐든지 절실하면 마음은 그 절실한 것을 하기 위해 움직이고 몸은 또 그 마음을 따라 움직인다. 절실하게 바란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 어떤 것이든 절실하지 않으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건 사실일 것이다.

우리를 움직이는 힘 중에 그리움이라는 게 있다. 정치인을 움직이게 하는 게 권력이고 경제인을 움직이게 하는 게 이익이라면 예술가를 움직이게 하는 건 그리움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정치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안락하고 아름다운 나라, 살기 좋은 사회에 대한 그리움(꿈, 비전)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도 크지만…. 그리고 그들의 영향력이 크니까 그런 바람도 클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세 개의 황금열쇠’ 라는 이 그림책의 작가 피터 시스의 고향은 체코의 수도 프라하. 그가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을 보낸 그곳은 당시 ‘역사의 그릇된 편’(공산주의)에 서 있었고 그는 집과 학교에서 그림 공부에 열중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간다.

다시는 프라하로 돌아가지 못하리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1989년 공산정권이 사라지는 ‘기적’이 일어났고 사람들이 프라하에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었다.

“매들린… 열기구가 거센 바람에 휘날리는 바람에 나는 항로에서 벗어나 멀리멀리 흘러갔단다”로 시작되는 자기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나’는 어린 시절에 살던 옛집을 찾아갔으나 녹슨 자물쇠 세 개가 잠겨 있어서 난감해 한다. 그런데 옛집에서 키우던 검정고양이가 나타나 자기를 따라오라고 눈짓한다. 어려서 즐겨 찾던 도서관, 친구들과 놀던 정원, 풀에서 자라 나온 황제, 기묘한 로봇에게서 황금 열쇠가 들어 있는 두루마리들을 받는다.

거리의 건물들에 겹쳐 그려 놓은 기억의 환영(幻影)들이 재미있다. 그리고 ‘잘못된 역사’ 편에 있었던 고국의 거리답게 어두컴컴한 색조를 보여 주다가 열쇠 세 개를 손에 쥐면서부터는 색조가 조금씩 밝아지고 집 문을 열자 아주 환한 내부가 나타난다. 부엌에서 요리를 하시는 어머니와 거실에서 신문을 보시는 아버지가 그림자처럼 보인다. 그리고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피터, 손 씻어라. 저녁 먹어야지….” 거리에서 소리가 들려오고 모든 게 되살아난다. “매들린, 손 씻으러 가자. 저녁 준비가 다 됐다는구나!”

우리가 그리워하는 게 무엇이든지간에 실은 그것을 여는 황금열쇠는 그리움 속에 이미 들어 있느니….

정현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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