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자녀교육 이야기]<1>삼성당 강명채 회장

  • 입력 2006년 3월 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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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둘러싸여 살아 온 삼성당 강명채 회장과 딸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둘째 주희, 첫째 주연 씨, 강 회장, 셋째 주나 씨. 변영욱 기자
책 속에 둘러싸여 살아 온 삼성당 강명채 회장과 딸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둘째 주희, 첫째 주연 씨, 강 회장, 셋째 주나 씨. 변영욱 기자
《어린이책 출판사 삼성당의 강명채(59) 회장은 동화책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골에서 자랐다.

학교에서 본 그림책이 갖고 싶었던 그는 집에서 키우는 닭이 낳은 달걀을 하나씩 아버지 몰래 숨겼다. 대여섯 개가 되면 장터에 내다 팔기를 반복해 20개쯤 팔면 동화책 한 권을 살 수 있는 돈이 됐다. 한번 산 책은 책장이 닳을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그가 세 딸을 키우면서 강조한 것도 성적이 아니라 ‘책과 가까이 지내는 생활’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몇 초 만에 답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것은 흘러가 버릴 뿐 ‘산 지식’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 책은 최고의 장난감

강 회장의 집에는 늘 책이 가득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1층에 회사 창고가 있어 더욱 그랬다. 큰딸 주연(28·출판기획자) 씨는 “방과 거실뿐 아니라 부엌의 찬장까지 책이 넘쳐났다”며 “동네 아이들이 우리 집을 도서관이라 부르며 매일 놀러왔다”고 말했다. 딸들이 보행기를 탈 때부터 그림책을 보여 줬다는 강 회장의 부인 김선옥(54) 씨는 “책이 집에 많이 있으면 애들이 저절로 읽게 되더라”며 “애들은 책을 읽기만 한 게 아니라 작은 집을 짓기도 하며 놀았다”고 말했다. 삼성당의 1980년대 최고 히트작이었던 ‘엘리트 학생 대백과 전집’ 등 하드커버 책들은 이들에게 최고의 장난감이었다.

글을 깨치기 전에는 매일 책을 읽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주연 씨가 3, 4세 때 동화책을 술술 읽는 것을 본 강 회장 부부는 “딸이 영재인 줄 알고 흐뭇해했지만 사실 글자는 모르면서 책 내용을 많이 들어 외운 것이었다”며 웃었다.

강 회장은 초등학교 때 책 읽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평생 책을 읽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시기에 독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 책을 소중히 하는 습관을 키워라

신문을 보는 아빠의 등 위에서 책을 읽고 있는 큰딸 주연 씨의 어린 시절.

독서 전문가들은 책에 대한 애정과 독서 습관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남의 책과 내가 직접 고른 책을 읽을 때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강 회장은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서점에 가되 책을 스스로 고르게 하고 부모는 조언만 해 주는 것이 좋다”며 “자신이 선택한 책은 읽게 된다”고 말했다. 또 가족끼리 생일이나 명절에 책을 선물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강 회장의 딸들은 서점에 가는 것을 놀러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셋째 주나(24) 씨는 아끼던 책을 잃어버리면 온 학교가 떠나갈 듯 울어댈 정도로 책을 좋아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둘째 딸 주희(26) 씨는 삼성당 사회공헌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어려운 이웃에게 책을 나눠 주고 있다. 그는 “책을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아이들이 많은데 하자가 없는 반품이 그대로 버려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독서는 천천히 해야

강 회장은 현재 독서 교육의 열풍이 긍정적이지만 학원보내고 과외하듯 하는 분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권장 도서 목록에 있는 책을 모두 읽고 독후감을 쓰게 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목록에 얽매이지 말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읽게 해야 한다. 자칫하면 독서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책만 좋아하는 등 ‘편식’을 할 경우에도 무리하게 금지하면 역효과가 난다.

한국독서교육회 서지영 연구팀장은 “만화에 익숙해진 아이는 긴 글을 읽지 못한다”며 원작이 있는 만화를 골라 결말 부분은 제외하고 읽게 한 뒤 결말은 원작으로 보게 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과학도서만 보고 문학책은 읽지 않는 아이, 문학 서적만 보는 아이에게는 장르마다 읽는 방법과 얻을 수 있는 것이 다름을 알려 주어야 한다.

독후감을 쓰면 좋지만 아이가 싫어할 경우 책의 제목, 간단한 내용과 느낌 몇 줄 만이라도 메모하게 하면 효과적이다.

속독을 가르치는 부모들도 많은데 책을 빨리 읽는 애들은 단순히 책의 줄거리만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 회장은 “책은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만 이를 바탕으로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이 길러진다”고 말했다.

가장 효율적인 독서 지도는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부모들이 지금 당장 TV를 끄고 책을 잡아야 한다.

자녀의 나이에 따른 독서교육법
연령도서 선택 지도 방향
태교어머니의 정서를 안정시켜 줄 수 있는 책의무적으로 동화를 읽어 아이에게 들려주려고 애쓰기보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책을 즐겁게 읽는 것이 낫다.
0∼2세다양한 그림을 접할 수 있는 책이 시기에는 책이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아이에게 책은 장난감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책을 펴고 글을 읽어 주며 책과 장난감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한다.
3∼5세사물의 이름을 배우고 낱말을 익히는 데 유익한 책책은 바른 자세로 앉아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주지시켜 주는 것이 좋다. 다양한 그림책을 골라 읽어 주고 의성어와 의태어를 잘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구연동화가 이루어진다.
6∼7세전래동화와 명작동화의 주인공을 접해 볼 수 있는 책얇은 도서를 권하되 책을 몇 권 읽느냐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말과 글이 동시에 발달해 가는 시기이므로 때로는 글자가 없는 그림책을 보여 주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게 하는 것도 좋다.
초등1∼3년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키우는 환상동화, 창작동화 경쟁심이 앞서 다른 아이와 비교하고 아이 수준에 맞지 않는 책으로 아이를 책과 멀어지게 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초등4∼6년명작, 위인 동화교과와 연계된 분야별 도서명작의 탄탄한 구성은 논리적 사고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시기에는 축약본을 읽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줄거리만 요약한 토막이야기를 읽히는 것은 삼가야 한다.
중학생교과서에 나오는문학, 비문학대부분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요약본을 읽고 줄거리만 알려고 한다. 부모가 함께 책을 읽고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를 해 준다면 독서 효과와 교육적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고교생신문기사나 사설고전, 명작모든 것을 입시와 연관 짓는 시기다. 논술시험을 대비하여 배경지식을 많이 쌓고자 토막상식을 습득하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다독보다 정독을 하여 독해력을 길러야만 제시문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도움말:한국독서교육회 서지영 연구팀장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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