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길잡이 20선]<8>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 입력 2006년 2월 2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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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엄하게 가르치는 것은 아버지의 자비이며, 자녀가 아버지의 엄격함을 오해하지 않도록 깨우쳐 주는 것이 어머니의 자비이다. 자녀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제멋대로 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할 수 있는 의지력을 갖게 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 이 두 가지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자녀가 가족에 대한 사랑과 분명한 신념, 자긍심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기를 희망하는 부모라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교육심리학자들은 개인의 생각과 행동은 그가 속한 집단이 지향하는 가치에 영향을 받으며, 특히 가족 구성원이 공유하는 가치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바로 이 책에 소개된 조선조 명문가들의 자녀교육은 이 같은 교육심리학자들의 설명을 잘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명문가들의 자녀교육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집안에서 중시하는 원칙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는 것이다.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종가의 경우 지식보다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정교육의 전통이 있었다. 그렇기에 나라가 망하자 전 재산을 처분하고 가문 전체가 간도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투신하는 선비정신의 화신이 될 수 있었다. 경주 최 부잣집의 경우 제가(齊家)철학인 육훈(六訓)과 수신(修身)철학인 육연(六然)을 통해 자신이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는 삶을 강조하였으며, 실제 12대손에 이르러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실천적 모습을 보였다.

격대(隔代)교육이라는 명문가의 자녀교육 방법도 관심을 끈다. 이 방법은 조부모가 손자 손녀와 같이 생활하면서 가훈과 삶의 가치, 생활습관에 대해 가르치는 생활 속의 교육을 말한다. 격대교육은 퇴계 이황의 종가와 운악 이함의 종가에서 지금까지도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핵가족화한 지금 자녀교육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명문가의 자녀교육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이 바로 끊임없는 책 읽기이다. 서애 유성룡의 경우 임진왜란의 혼란기에 영의정이라는 높은 관직에 있어 바쁜 와중에도 서신을 통해 두 아들의 학문을 격려하였다. 또한 서애 종가에서는 책 읽는 소리가 끊긴 적이 없으며, 이러한 전통 때문에 서애 이후 9대가 공직에 진출하는 명문가가 될 수 있었다. 다산 정약용은 황해도 곡산부사로 부임했을 때 두 아들을 위해 두 수레 가득 책을 싣고 와 직접 공부방을 꾸며 주고, 공부방의 이름을 ‘책의 향기와 묵의 맛이 나는 곳’이라는 의미의 ‘서향묵미각(書香墨味閣)’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자녀들에게 자긍심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석주 이상룡 종가의 경우 높은 관직을 한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활발한 학문적 활동과 온 가문의 독립운동 투신 같은 지행일치의 모습을 통해 자손들에게 강한 자긍심을 갖도록 했다. 또한 퇴계의 후손들도 집안의 어른이자 큰 학문적 스승인 퇴계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겠다는 의식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생활한다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지금 내가 기대하는 우리 자녀의 삶의 모습이 무엇일까 반성적으로 생각해 보게 된다.

신종호 서울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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