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53>今에 以燕伐燕이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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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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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변론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송나라 유학자들은 맹자를 水精(水晶·수정)과 같다고 했다. 수정은 광채가 나지만 溫潤含蓄(온윤함축·따스하면서 내면의 깊이를 지님)의 맛이 없다. ‘公孫丑(공손추)·하’의 제8장에서, 맹자는 齊나라 客卿(객경)으로 있으면서 齊나라가 燕(연)나라를 정벌하는 데 빌미를 제공하고는 뒤에 가서 그것을 변명했다. 이 사실을 보면 맹자는 玉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맹자가 그저 자신의 말을 꾸미면서 변명한 것은 아니다. 맹자는 殺伐(살벌)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義戰(의전·정의의 전쟁)이 아닌 일체의 전쟁을 부정했다.

맹자는 제나라의 신하 沈同의 질문에 답하여, 燕나라는 無道하므로 정벌당해도 좋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제나라가 연나라를 정벌하자 맹자는 자신은 ‘제나라에’ 정벌의 정당성이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스스로를 변호했다. 즉 맹자는 만일 ‘누가 정벌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질문을 받았다면 ‘天吏(천리)라면 정벌할 수 있다’고 대답했을 것이며, 살인자를 처벌하는 권한이 士師(사사)에게 있듯이 無道한 나라를 정벌하는 권한은 오로지 天吏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맹자가 보기에 제나라는 연나라와 마찬가지로 無道한 나라였다. 그렇기에 맹자는, 제나라가 연나라를 정벌한 것은 연나라로서 연나라를 정벌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以燕伐燕에서 위의 燕은 齊나라를 가리킨다. ‘연나라와 마찬가지로 무도한 나라인 제나라’라는 뜻이다. 何爲는 ‘어째서’이다. 개사 爲의 목적어가 의문사라서 그 목적어(의문사)가 개사 앞으로 도치된 것이다. 勸之는 제나라에 연나라를 치라고 권한다는 말이다.

以燕伐燕은 똑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상대방을 나무라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할 수 있다. 고려 때 李奎報(이규보)는 이 말을 사용해서, 친구에게 酒色(주색)을 자제하라고 권하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연나라로써 연나라를 치듯이, 벗에게 술과 색을 삼가라고 한다(予以燕伐燕, 酒色誡親友).’ 자기도 주색을 삼가지 못하면서 ‘사돈 남 말 하듯이’ 친구에게 그 둘을 삼가라고 말해 본다는 뜻이다. 한문고전이 우리의 언어문자 생활에서 매우 널리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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